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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천안함 폭침 12년…잊힌 희생 ‘금양호’
2022-11-29 19:43 사회

[앵커]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때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복귀하던 중 침몰된 민간 어선이 있습니다.

금양호인데요.

국가 부름을 받고 수색에 나섰다가 사고로 선원 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2년이 지나, 지금 사진 한 장 남았다는데요.

유족들을 다시간다 남영주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두 동강이 난 선체와 녹슨 뼈대.

12년 전 북한의 무력 도발로 백령도 해역에서 폭침당한 천안함입니다.

당시 실종자 수색에 주변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많은 민간 어선들이 동원됐습니다.

100톤급 쌍끌이 저인망 어선인 금양호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금양호는 사진 한 장으로만 남아있습니다.

당시 해경의 수난구호종사명령에 따라 수색에 나섰다가 복귀하던 중, 캄보디아 화물선과 부딪혀 침몰한 겁니다.

침몰한 배와 쌍끌이를 구성하는 나머지 금양호의 선장은 손 쓸 틈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금양호 책임선장]
"뒤따라오는 배가 그렇게 된 줄 몰랐죠. 배를 돌려서 봤는데 없더라고. 다 가라앉고 할 수 있는 게 없었고요."

9명이나 타고 있었지만, 막대한 비용과 시간적 한계로 시신 수색은 물론 선체 인양도 못했습니다.

7명의 한국인 선원 중 고 김종평 씨의 시신만 유일하게 발견됐습니다.

[이삼임 / 고 김종평 씨 아내]
"돌아가시고 떠오를 거 아니야. 우리 아저씨하고 외국 분 한 분하고 두 분이 나온 것 같아. 나머지는 다 그냥 바다에 가라앉고."

구조 행위 중 숨진 게 아니라서 의사자 지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삼임 / 고 김종평 씨 아내]
"의사자 되기까지 하루도 안 빠지고 국회 쫓아 다녔어. 너무 힘들었어요. 국가나 뭐나 다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슬픈 일이 어디 있어?"

금양호 선원들은 유족의 끈질긴 요구로 2년 만인 지난 2012년 의사자로 인정됐습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라 이동 중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하면 의사상자가 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겁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보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천안함 유족들이 내어준 국민성금 일부를 받았다는 이유였습니다.

[김순환 / 유족 자문위원장]
"천안함 유족들이 예의 차원에서 일부 이 분들한테 준 거예요. (국가 보상과) 어떻게 성격이 같습니까? 이런 식으로 한다면 누가 국가가 부른다고 가요?"

선주는 지난 2020년 정부와 인천시를 상대로 손실보상비 등 총 15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올해 3월 패소했습니다.

[선사 관계자]
"포기했죠. 몇 년을 매달려봐야 뭐하겠어요. 그런데 거기서 안 불렀으면 그런 사고도 안 났을 거 아니야. 그럼 도의적인 책임이라도 져야죠."

위령탑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고,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 있습니다.

금양호 선원들을 기리는 위령탑 앞입니다.

부두 끝에 있지만 안내 표지판도 없고, 코로나19로 출입통제선까지 쳐놔서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조호석 / 동네주민]
"관심이 없는 거죠. 의사자 타이틀만 있으면 뭐하냐 이거예요. 좋은 일하면서 사고나면 누가 이제 솔선수범하겠냐…."

천안함 폭침 12년이 지난 지금, 금양호의 희생은 잊혀져가고, 유족들은 쓸쓸한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홍주형
AD : 나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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