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연말 보내시라, 기원하는 말이 무색한 곳들도 있습니다.
유난히 춥고 외로운 연말을 지내야 하는 곳.
김예지 기자가 현장카메라에서 찾아가봤습니다.
[기자]
체감기온이 영하 십도 밑으로 떨어져 몹시 추운 날인데요.
제 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강추위 속에 줄을 서가며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두터운 외투를 입어도 칼바람에 몸이 움추려 듭니다.
1시간 넘게 기다린 뒤에야 검은 봉지 하나를 건네받습니다.
[현장음]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
앉는 자리가 바로 식당입니다.
아침을 먹고선 도시락을 주는 또다른 급식소로 가야합니다.
도시락을 못받으면 저녁은 굶어야 합니다.
창동, 남양주.
급식소 앞엔 자리를 맡아놨다는 종이박스가 놓여 있습니다.
[무료 급식소 이용객]
"(몇 시에 오셨어요?) (새벽) 4시 50분. 먹고 살려니까."
[무료 급식소 이용객]
"아침에 여기서 (주먹밥) 타고, (점심은?)
여기서 먹고. 저녁은 도시락 타서 먹고."
90을 훌쩍 넘긴 할머니도 종이박스 하나에 의지해 점심 급식을 기다립니다.
[무료 급식소 이용객]
"(연세 어떻게 되세요?) 93세. 집에서 7시에 나왔어. 돈이 한 푼도 없어. 돈 안주고 먹으니까 여기로 와."
[현장음]
식권이 떨어졌어요.
불과 몇 명 차이로 어르신들 희비가 엇갈립니다.
의지할 가족도, 쓸 돈도 없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습니다.
[현장음]
건강하세요.
[무료 급식소 이용객]
"보잘 것 없는 할머니를 사랑해주셔. 그래서 더 나오고 싶어. 혼자 사니까 누구 말할 사람도 없잖아."
이처럼 나와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
9년째 쪽방촌에 살고 있는 86세 김 씨 할아버지.
한평 남짓한 방엔 물을 끓일 전기포트도 없습니다.
[김 씨 할아버지]
라면 하나 삶아먹고 싶어도 좁아서 안돼요.
구청에서 나온 지원금은 방값 빼면 남는 게 없습니다.
[김 씨 할아버지]
"한달에 24만 7천원 나오는데 거기서 20만 원 (방값) 주고 남는 거 가지고 아주 급한 거만 쓰는 거예요."
찾아오는 사람은 꾸준히 늘지만 무료 급식소는 앞날이 깜깜합니다.
불경기 여파에 올해 후원은 지난해 3분의 1 수준입니다.
[고영배 / 사회복지원각 사무국장 ]
"작년 같은 경우는 소고기도 자주 해드리고 했는데 소고기는 한달에 한 번 정도 해드리고 돼지고기로 많이 바꿨고요. 싼 채소 위주로."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2022년,
우리 사회의 한 쪽에선 여느 때보다 더 혹독한 연말을 맞고 있습니다.
[김 씨 할아버지]
"연말되면 좀 쓸쓸하죠. 이제는 자꾸 나 자신의 희망을 잃어가는 거 같아요. 이제 희망이 별로 없어요."
[자광명 / 무료 급식소 관계자]
"저분들이 40~50대 때 여기 줄 서서, 꿈에서나 생각했겠어? 나도 10~20년 후면 저분들과 똑같은 거야."
현장카메라 김예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