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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따뜻한 밥 한 끼…“정을 퍼 드려요”
2017-12-08 11:25 사회

우리나라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은 150만 명입니다.

대부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어 따뜻한 밥 한 끼의 의미는 매우 클 텐데요.

정하니 기자가 노인 무료 급식소에서 밥 한 끼의 무게를 체험해 봤습니다.

[질문1]노인 무료급식소에서 봉사를 했다던데 어디에 간 거죠?

제가 다녀온 곳은 서울 종로에 있는 노인 무료급식소입니다.

4년째 독거노인들을 위해 따뜻한 점심을 대접하고 있는 곳인데요.

제가 아침 6시 좀 넘어 갔는데 보시는 것처럼 이미 급식소 앞에는 어르신들로 긴 줄이 생겼습니다.

도대체 몇시부터 이 곳에 모이는 걸까요.

(몇시부터 와 계셨어요?)
"다섯시 반."

(안 추우세요?)
"추워도 배가 고프니까 먹으러 왔지."

날이 많이 추운데 이른 새벽부터 워낙 일찍부터 어르신들이 기다리는 바람에 급식소에서는 배식 시간 이전에도 안에서 기다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질문2]날도 추운데 참 걱정이네요. 급식소는 매일 운영되는건가요?

아니요. 이곳은 일주일에 세 번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어르신들은 이 급식소가 문을 열지 않는 날에는 다른 급식소를 찾아다닌다고 합니다.

배식을 하다보니 몇몇 어르신들이 비닐봉지나 용기에 밥을 담아가는 모습도 보였는데요.

이렇게 싸간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질문3]거동 불편해 무료 급식소조차 찾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다면서요?

예 그런 분들을 위해 급식소에서는 도시락 배달을 나가곤 하는데요.

제가 따라간 곳은 종로구의 한 쪽방촌이었습니다.

도시락에는 반찬 네다섯 가지와 밥, 국 등이 담겨있는데요.

상당수 어르신들이 이 도시락으로 1주일을 버틴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도시락 배달은 어르신들께 어떤 의미일까요.

[박병무 / 서울 종로구]
"(오늘 식사하셨어요?)
(첫끼 세요?)
언제 올까 종일 시계만 바라보고 있는데..."

[질문4]첫 끼 셨다는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아픈데요. 얼마나 많은 노인분들이 무료 급식에 의존하고 있는 거죠?

서울시에 등록된 노인 무료급식 대상자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올해는 2만3천5백여명에 달하는데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등록 시설까지 감안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노인이 무료급식에 의지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질문5] 노인 무료급식소는 어떻게 운영되는거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급식소가 있고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사설 급식소가 있는데요.

제가 다녀온 사설급식소의 경우 직원 두 명이 운영중인 곳입니다.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하루 3백명 분 넘는 식사를 만들고 있었는데요.

문제는 후원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겁니다.

한끼 3천원 단가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만큼 십시일반 후원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들어보시죠.

[후원자]
"조금만 할려구요. 그냥 도와드리고 싶어서 어르신들."
(어르신들 반찬 값으로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질문6]우리나라 노인 빈곤 문제 참 심각한데 실감이 되던가요.

네. 급식 봉사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어르신들이 힘들게 말년을 보내고 있다는 걸 깨닫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66세에서 75세 노인빈곤율은 42.7%로 OECD 국가 가운데 압도적인 1위입니다.

그 만큼 많은 노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는 거겠죠.

하지만 얼마나 많은 노인이 무료 급식에 의존해 살고 있는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말년이 불행한 나라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정하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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