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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청약 모르고 산 입주민…“집 빼라” 통보에 날벼락
2021-01-09 19:56 뉴스A

내 돈 주고 산 새 아파트에서 멀쩡히 잘 사는데, 갑자기 쫓겨날 처지가 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그것도 내 잘못이 아니라 나한테 집 판 전 주인, 전전 주인 때문이라면 말입니다.

알고 보니 내 집은 첫 매수자가 불법으로 청약에 당첨된 거였고 책임을 물으려 해도 이미 돈만 챙겨 손을 털어 버렸습니다.

이서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6년 분양한 부산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입니다.

A 씨는 이듬해인 2017년, 분양가보다 2억 가까이 높은 가격을 주고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3개월 전, 시행사로부터 갑자기 집을 빼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A씨 / 아파트 입주자]
"10월달에 갑자기 통보를 받으니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죠. 손이 떨려서 제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아파트를 분양받은 원 당첨자가 청약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258세대 중 41세대가 위장결혼이나 위장임신 등의 방법으로 부정 청약을 한 사실이 경찰수사 결과 확인된 겁니다.

하지만 부정한 수법을 동원한 원 당첨자들은 이미 큰 차액을 남기고 아파트를 팔아치운 상태였습니다.

"부정 청약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아파트를 샀다"는 입주자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는 선량한 사람들만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 / 아파트 입주자]
"이 집은 제가 원 당첨자에게 물건을 매수한 게 아니고. 세 번째로 물건이 넘어온 거거든요. 전매, 전매해가지고…"

현행 주택법 상 분양 과정에서 부정청약 사실이 발각될 경우 아파트 소유자가 바뀌었더라도 시행사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입주자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액은 본인이 샀던 가격에 한참 못 미치고, 그 돈으로는 비슷한 수준의 아파트를 장만할 방법도 없습니다.

[C씨 / 아파트 입주자]
"원분양가에 감가상각비 10% 제하고 보상해 준다는데 재산세까지 다 냈는데 그것도 날아가는 돈이지 않습니까."

논란이 일자 지자체까지 나섰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관계자]
"주민들 소명자료를 대신 받아서 선의의 피해자다, 구제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와 사업주체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반면 시행사 측은 부정 청약 아파트의 계약을 취소하는 건 정부 지침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은 법적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지난 2019년 한해 국토교통부에서 적발한 부정청약 의심 사례는 197건에 달합니다.

채널A 뉴스 이서현입니다.

newstart@donga.com
영상취재: 박영미
영상편집: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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