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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콘크리트 굳히려다…또 ‘죽음의 연기’에 질식
2023-01-03 19:37 사회

[앵커]
요즘 같은 한겨울 공사현장에서는, 콘크리트를 빨리 굳히려고 난로나 난방기까지 사용합니다. 

지난해 이 과정에선 현장 근로자들이 질식사고를 당해 공사 관계자가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추운날 반복되는 공사장 질식 사고, 이번 겨울은 안전할까요.

다시 간다 남영주 기자입니다. 

[기자]
드럼통으로 만든 간이 난로.

조개탄이 붉게 타오릅니다.

지난해 1월, 경기도 화성시 아파트 공사현장 지하 1층에서 작업자 2명이 쓰러져 1명이 숨졌습니다.

공사장 내부에 난로를 피우고 일하던 중, 일산화탄소에 질식한겁니다.

당시 일산화탄소 농도는 56ppm.

고용노동부의 적정 노출 기준보다 높았습니다.

[목격자]
"그날 그 양반 일당 50만 원 받고 온 거예요. 불의의 사고가 난 거죠. 한 사람은 돌아가셨고 한 사람은 병원에 있다가 나왔고."

아파트 공사장이 하얀 천막으로 막혀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지난달 26명이 일산화탄소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사고 당시 현장음]
"총 20여 명 작업 중 현재 일산화탄소 중독 발생했고."

작업자들이 지하 1층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아래층에서 피운 숯탄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질식한 겁니다.

당시 지하 2층에선 열풍기 8대와 숯탄 난로 70개가 가동 중이었습니다.

겨울철 공사현장에서 숯탄 난로를 피우는 건, 콘크리트를 빨리 굳히기 위해섭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열풍기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값이 3분에 1에 불과하고 난방 효과가 높은 숯탄, 갈탄 등의 석탄연료를 선호합니다.

[A 씨 / 작업자]
"온풍기 가지고 끝도 없어요. 영하 날씨 이렇게 추운데 바로 얼어버린 상태인데 온풍기 가지고 사용이 되겠습니까."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천막을 치고 일하면서 환기도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현장 관계자]
"기준이라는 게 되게 엄격하기 때문에 30ppm 정도면 일반 음식점만 가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수준이긴 하거든요. (고깃집이요?) 그렇죠."

화재대피용 마스크를 쓰고 전문가와 함께 실험실에서 양생 작업에 주로 쓰이는 숯탄과 갈탄을 피워봤습니다.

실험 전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17ppm.

불을 피우자 매캐한 냄새와 연기가 피어오르고 5분 안에 적정 기준의 5배를 넘어섭니다.

[공하성 /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200ppm만 넘어가도 아주 매캐한 냄새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 그 이상의 농도에서 장기간 그 장소에 있다고 하면 실신까지도 충분히 가능한 그런 상황이 될 수 있겠습니다."

지난 10년간 콘크리트 양생 과정에서 19건의 질식사고가 나 14명이 숨졌습니다.

하지만 안전보건규칙은 환기 등 질식 위험을 관리하라는 규정만 있을 뿐, 석탄연료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최명기 /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알아서 측정해라, 농도가 진하면 작업하지 마라. 그걸 몰라서 안하는 건 아니거든요. 공사비가 박하다 보니까 갈탄을 쓰는 것이죠. 열풍기에 대한 비용을 공사내역에 반영해줘야 하는 거고요."

겨울마다 반복되는 공사장 질식 사고.

소리 없는 죽음의 연기가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홍주형
AD : 나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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