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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다치면 오해 살까 봐”…더 움츠린 입양 기회
2021-01-08 19:30 사회

학대로 숨진 정인이의 입양 심사와 입양 관리를 맡았던 기관이 문제가 되자, 다른 입양 기관의 입양마저 위축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상적인 입양 가정들이 편견 때문에 상처 받는 일까지 늘고있습니다.

정인이 사건에 대한 분노가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것은 아닌지 차분히 돌아봐야겠습니다.

구자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봄 입양한 막내 준기는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주인공입니다.

[현장음]
"한 꼬마 두 꼬마 세 꼬마 인디언"

[장은기 / 큰 형]
"준기 처음 왔을때 다른 동생들 태어날 때처럼 귀여웠어요."

하지만 정인이 학대 사건 이후 주변의 걱정은 가족들에게 상처가 됐습니다.

[이수정 / 어머니]
"막내 다치지 않게 조심해라. 혹시라도 아프거나 다쳐서 오해받지 않도록 조심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준기의 동생이 될 여섯째 아이 입양을 준비하면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이수정 / 어머니]
"(보육원에서) 어린 아기를 보내는 것은 위험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를 잠재적인 폭력 가정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아닐까"

입양 예정 가정이 마음을 바꾸는 일도 늘었습니다.

[김지영 /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
"하루에 3~4건 씩 전화가 오고요. '잘한 선택인가, 계속 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있다(고 하십니다.)"

[한모 씨 / 입양 예정자]
"저는 하고 싶은데 주위에서 그런 반대를 내가 무릅쓰고 할 수 있을까…."

피해는 결국 아이들이 받습니다.

생후 36개월이 지나 보육시설로 들어가면 입양 기회가 거의 사라지는 겁니다.

[오창화 /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
"아이들이 보육시설로 옮겨지면, 지난 5년간 데이터로 봐서는 겨우 3.4%의 아이만 입양됐고 나머지는 다 시설에 남는다고 해요."

국내 입양건수는 입양조건을 강화한 현행법이 시행된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

이번 일을 계기로 입양 절차가 더 까다로워지면 아이들의 입양 기회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채널A 뉴스 구자준입니다.

jajoonneam@donga.com
영상취재 : 이영재
영상편집 : 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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