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 형식은 박준영 후보자의 자진사퇴였지만, 청와대의 뜻이 반영된 결정으로 봐야겠죠?
그렇습니다.
통상 후보자가 중도에 낙마할 경우 최소한의 예우 차원에서 자진 사퇴 형식을 취하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청와대도 "박 후보자와 소통을 하는 과정에 박 후보자가 결단을 내렸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사흘전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연설을 할 때까지만 해도 혹시나 하는 기대에 3명 후보자 전원 임명 생각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오늘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충분히 검토한 후에 인사를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애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기조가 바뀐 건 역시 당 안팎의 임명 반대 여론 때문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있었던 박병석 국회의장도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이렇게 촉구했습니다.
[박병석 / 국회의장]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합당한 조치를 조속히 결정 내려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1시 이전에 정부에서 그 입장을 분명히 해주셔서…."
이 때가 오전 10시였는데요,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다시 만나기로 한 시간에 결국 박 후보자의 거취가 정리됐습니다.
Q. 원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금요일까지 결정해달라고 대통령이 요구했는데, 그 전에 빨리 정리를 한 이유가 있을까요?
당 안팎 여론 악화로 어차피 모두 임명할 수 없다면 인사 논란을 가급적 빨리 매듭짓는게 좋겠지요.
특히 김부겸 총리 인준안 처리가 급한 만큼 인준안 단독 처리의 부담을 박 후보자 사퇴로 어느 정도 상쇄하겠다, 이런 생각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Q. 어제 초선 의원은 세 후보자 중 한 명을 낙마해달라고 했었는데, 그게 박준영 후보자가 된 이유는 뭔가요?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 답이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들어보시죠.
[문재인 대통령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여성들이 (과학기술 분야에) 진출하려면 그런 성공한 여성들을 통해서 보는 로망 또는 롤모델 이런 것이 필요합니다."
청와대는 박준영 후보자 의혹이 더 심각했기 때문에 자진사퇴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을 했는데요.
내각 30%를 여성 장관으로 채우겠다고 공약을 하기도 했던 문 대통령의 여성 장관에 대한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18명의 국무위원 가운데, 현재 여성은 3명으로, 임혜숙 후보자가 임명 되더라도 22%로 공약에 못 미치는 상태라 임명을 강행할 움직임입니다.
하지만 정의당에선 "여성 할당제 정신을 희화화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Q.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임명 강행 절차인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이후에 낙마를 했어요? 이 시점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법으로 정해진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을 국회가 넘기면 대통령이 기한을 정해서 국회에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는데요.
이 절차를 거치면 야당의 반발이 있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9명의 장관급 인사를 야당 동의 없이 강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 절차를 거쳤는데 낙마를 했다는 것을 두고 당청 관계에서 막강했던 청와대 권력이 여당으로 넘어가는 시작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앞서 일부 초재선 의원에 이어 오늘은 원로 그룹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송영길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민심 회복을 위해 인사 문제를 잘 정리해야 한다", "국민의 관심과 요구를 외면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박 후보자 낙마 이후,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청 관계도 흐름이 바뀌는 것이다. 앞으로도 당에 힘이 더 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