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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전세사기’ 악몽의 10개월…못 떠나는 사람들
2023-05-30 19:41 사회

[앵커]
채널에이가 전세사기 사건을 첫 보도한 게 열달 전입니다.

결국 전세사기 특별법이 최근 마련되긴 했지만 그 사이 5명이 목숨을 끊었고, 다른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갔죠.

절박했던 상황을 유서로 탄원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다시 간다> 이솔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제 옆으로 보이는 이 건물이 이른바 '건축왕' 남모 씨가 지은 오피스텔입니다.

전체 136가구 중 85가구가 깡통전세로 드러나 경매에 넘어가있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복도 천장 구조물이 뜯겨져 있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있습니다.

바닥도 들떠 발로 밟을 때마다 푹푹 들어갑니다.

박병옥 씨는 누수 때문에 거실 천장이 무너져 내린 채 4년째 살고 있습니다.

하자보수를 요청할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박병옥 / 전세사기 피해자]
"얘기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고. 업체를 불러서 해야 하는데 매번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와서 휘적거리고 가는 거야. 그냥 보고."

관리비 납부를 거부했더니 전기와 수도를 끊겠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박병옥 / 전세사기 피해자]
"집을 관리도 안 해주면서 관리비를 왜 받느냐고."

또 다른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전세사기 세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의 아파트입니다.

로비에는 사망자를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있는데요.

현관문을 나서면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 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은 피해자들에게 최대 10년간 무이자 대출을 해주겠단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에겐 또 다른 빚일 뿐입니다.

그나마도 개인회생 절차를 시작한 경우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송지홍 / 전세사기 피해자]
"저는 대출이 안 돼요. 이미 회생에 들어갔기 때문에. 저처럼 정말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통과된 법안에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거든요."

세상의 비난도 괴롭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사람들이 전세 사기 당한 사람들을 '오죽했으면 당하냐. 너희들이 멍청하니까 당하지' 그렇게 말한다. 그래서 내가 막 싸운다고 그랬어."

최근 석달 사이 인천과 서울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5명이 세상을 등졌습니다.

지난달 17일 극단적 선택을 한 전 육상 국가대표 선수 박모 씨.

전세사기 피해로 애견 미용사의 꿈도 날아갔습니다.

앞으로의 소송과 전셋집 처분은 멀리 떨어져사는 동생의 몫이 됐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동생]
"딱 언니가 받던 그 스트레스를 제가 그냥 그대로 가지고 온 거죠. 누군가는 해결을 해야 하니까."

언니의 마지막 심경을 담은 유서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현장음]
"제발 더 많은 죽음이 생기기 전에 해결해 주십시오. 또래의 죽음을 보며 저도 죽음으로 탄원합니다."

박 씨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두 명이 더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강한길
작가 : 김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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