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아는기자]위자료, 1심의 20배…법원 증액 판결, 왜?
2024-05-30 19:06 사회

[앵커]
아는 기자 경제산업부 신선미 차장과 함께 합니다.

Q1. 세기의 이혼이라 불렸는데, 노소영 관장의 완승이라는 평가입니다. 법원 판단의 가장 큰 이유는 '일부일처제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거였죠?

그렇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노소영 관장과 이혼 소송 중인 가운데 동거인 김희영 씨와 공개 활동에 지속적으로 나섰죠.

지난해 10월 파리에서 열린 부산국제엑스포 관련 행사에도 김 씨와 함께 등장했었는데요.

마치 김 씨가 배우자와 유사 지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또 최 회장이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아 노 관장에게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줬을 것이라고도 언급했습니다.

Q2. 위자료도 1심 1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확 뛰었어요. 법원이 그렇게 판단한 이유가 뭔가요?

노소영 관장이 겪은 정신적 피해가 크다는 게 법원 판단인데요.

3가지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오늘 재판에서 최 회장이 2008년 11월 말 노 관장에게 쓴 자필편지가 공개됐는데요.

"내가 김희영에게 이혼하라고 했다. 모든 것이 내가 계획하고 시킨 것"이라고 돼 있습니다.

동거인인 김희영 씨가 전 남편과의 이혼 소송에서 이혼하라는 판결이 나오자마자 최 회장이 보낸 것인데요.

재판부는 이 편지 내용을 중요하고 결정적이라고 봤습니다.

오늘 판결을 선고하면서 "혼인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이럴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Q3. 위자료를 대폭 늘린 이유도 구체적으로 밝혔죠?

법원에 따르면 최 회장이 시인하는 부정행위 시점은 2009년 5월입니다.

노소영 관장이 밝힌 암 발병 시점도 바로 이 즈음인데요.

최 회장의 행동 자체가 노 관장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줬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또, 노 관장에게는 SK이노베이션 건물에 있던 미술관 나비 센터 퇴거를 요청하면서 김희영 씨에겐 티앤씨재단을 설립하도록 자금을 투입한 점도 지적했습니다.

또 김희영 씨에게는 한남동 주택을 지어 무상 거주하게 하는 등 219억 원 이상 돈을 썼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법원은 이 또한 노 관장에게 정신적 충격을 줬다고 보고 위자료를 1억에서 20억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다만 최 회장 변호인은 "재판부가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하나하나 공개했다"며 "지극히 편향적인 재판에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Q.4. 노소영 관장의 새 전략이 통한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소영 관장은 '외도의 피해자'란 점을 여론에 호소했는데 이 전략이 통한 겁니다.

지난해 11월에는 SNS에 "남의 가정을 훼파하는 건 폭력과 다름 없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죠.

직접 법정에 나오면서 피해자란 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반면, 최태원 회장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노 관장과 대조가 됐습니다.

[노소영 / 아트센터 나비 관장]
"결혼 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해서 참담하다고 말씀을 드렸고요. 다만 바라는 것은 저의 이 사건으로 인해서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최태원 / SK그룹 회장]
"(변론에서 어떤 부분 소명하셨나요) …."

Q5. 세기의 이혼 소송이라 불린 건, 최대 관심사인 재산분할 때문이었죠.

노소영 관장은 1심과는 다른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1심에선 최태원 회장의 SK주식 절반을 달라는 것이었다면, 2심에선 현금 2조 원을 요구한 건데요.

경영권에 위협되는 주식 대신 현금 요구로 바뀐겁니다.

그러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그룹에 흘러들어갔다는 점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Q6. 법원이 이걸 받아들인 거죠?

그렇습니다.

1조 3808억 원.

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이 결정된 데는 비자금이 결정타였습니다.

법원은 노 관장이 SK그룹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는데요.

재판부는 "최종현 전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사돈관계를 방패막으로 인식하고 모험적 경영을 감행해, 결과적으로는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봤습니다.

노 관장의 주장을 법원이 어느 정도 받아들인 셈인데요.

노 관장은 최태원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사위라는 후광이 그룹 총수로 올라서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7. 이 판결이 확정되면 최태원 회장은 이 돈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요.

대법원 선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2심 선고를 바탕으로 가정해서 말씀을 드려야할 거 같은데요.

1조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현금으로 마련하기 위해선 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 종가 기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17.73%의 가치는 2조 원이 넘는데요.

최 회장이 주식을 일부 팔고 노 관장이 분할받은 재산으로 주식을 되사면 최소 7%대 지분 확보가 가능해 2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되면 그룹 경영권이 통째로 흔들릴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8. 36년의 결혼생활, 최종 결론은 언제 나오는 건가요?

1988년 현직 대통령의 딸과 재벌그룹 아들의 결혼으로 관심을 모았죠.

최태원 회장 측이 상고 의사를 밝히면서, 결론은 대법원 판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게 됐습니다.
[채널A 뉴스] 구독하기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