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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톡’]사라진 김 군은 어디 있을까
2018-04-27 22:31 기자페이지
매년 1월, 각 초등학교는 입학 예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취학통지서를 보냅니다. 예비소집에 안 온 아이들에 대해서는 일일이 가정방문을 하는데 그 중에는 아이 혼자, 아니면 가족 전체가 행방불명돼 학교만의 힘으로는 아이를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부모가 범죄에 연루돼 아이와 함께 도주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린 경우도 종종 있어 이쯤 되면 학교와 경찰은 ‘초긴장 상태’가 됩니다. 몇 년 전에는 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아이를 찾아보니 부모의 학대로 이미 숨진 지 몇 년 흐른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기도 했죠.

올해 초, 경찰에 수사 의뢰된 초등학교 미 입학 아동은 29명. 다행히 대부분 찾았는데 한 아이, 단 한 아이만은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1003XX-1XXXXXX’

아이는 2010년 3월 울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났습니다. 한 달 후 출생 신고서에는 엄마 이름만 있을 뿐 아빠는 없습니다. 그 이후 3차례, 태어나자마자 맞아야 하는 필수 예방접종도 맞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후 7년 간 병원 기록도, 어린이집 등 보육을 받은 기록도, 아동 수당을 받은 기록도 없습니다. 어쩌면 유령처럼, 어쩌면 애초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아이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겁니다.

경찰은 아이와 엄마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지금까지 실마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아이가 출생신고 된 집마저 허물어졌고 힘들게 만난 엄마의 지인들 역시 “아이를 본 적도 없고 태어난 것조차 몰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추위가 심하던 2월 초, ‘더깊은뉴스’ 취재진도 아이의 흔적을 찾아 1박 2일 동안 울산 곳곳을 헤맸습니다. 그 이틀 동안 제 머릿 속에는 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왜 우리는 7년이 지난 지금에야 아이가 없어진 걸 알았을까’ ‘조금만 더 빨리, 아이가 사라졌다는 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이가 사라졌다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지만 주민센터나 보건소는 ‘범죄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없다’ ‘실종신고할 법적 의무가 없다’며 방관했습니다. 다행히 보건복지부는 올 3월부터 ‘위기 아동 조기 발견 시스템’을 시행해 김 군처럼 예방접종이나 보육을 받지 않은 아이들을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일이 가정방문을 할 인력,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정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새학기가 시작된 지도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김 군의 행방은 오리무중. 이대로 가다간 내년 또 다시 학교에 입학 하지 않은 ‘제2의 김 군’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아이들이 어디선가 보내고 있을 ‘침묵의 시그널’에 귀 기울일 때입니다.

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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