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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톡’]조급한 ‘마담 세크리터리’
2018-10-10 17:45 정치

그림1) 10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해찬 의원(오른쪽)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그림2) 국정감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존재감이 적었던(물론 현 정부의 모든 장관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주목도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활발해 지고 국제사회에 대한 설득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우리의 국정원장 격인 중앙정보국장(CIA) 출신 폼페이오가 카운터파트인 국무부장관이 된 것과도 관련된 것 같습니다.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강 장관은 현지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핵무기 목록을 요구하면 검증 논쟁으로 협상을 교착상태에 빠지게 할 위험이 있다.” (10월 4일자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
이 발언은 핵 신고를 미루고 영변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우선적으로 맞바꾸자는 뜻으로 해석돼 파문이 일었습니다. 강 장관은 파장이 커지자 “신고연기라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오늘도 꽤나 민감한 발언을 했습니다. 10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강 장관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응한 5.24 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질의에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논란이 커지자 부랴부랴 해명을 내놨습니다. “범정부 차원에서 5.24 조치 해제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건데요.
“관계부처로서는 (관련 조치 해제를) 늘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며 “5·24조치의 많은 부분이 이제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내용으로 담겨있어 비핵화 국면에서 검토해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결국 오전 발언 내용을 오후에 뒤집은 셈입니다.

강 장관이 정부 내에서 논의 중인 내용을 천기누설 한 것인지, 설익은 내용을 성급하게 공개한 것인지는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최근 강 장관의 거듭된 ‘설화’가 우리 정부가 북한 문제를 다루는 조급증과 연결됐다는 근거를 여러 곳에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11월 중간선거 이전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8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에 열릴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됐다”는 말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 전에도 종전선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북-미 정상회담(6월) → 정전선언 기념일(7월) → 유엔총회 (9월) 등 거의 매달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집요한 요구를 했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러다 보니 강 장관으로서도 마음이 좀 급해졌을 법 합니다.
오늘 강 장관은 “연내 종전 선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두고 봐야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일본 언론들은 지난 3차 평양 정상회담 기간 중 남북간 군사합의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강 장관은 ‘힐난’ 했다고 보도 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다분히 ‘의도’를 갖고 일본 언론에 뉴스를 흘린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한미간 북한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인식차가 커지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명확한 검증에 입각한 것이 아닌 상태에서 북한의 선의를 무조건 신뢰하자고 하는 것은 다분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평양 정상회담의 흥분을 이제는 가라 앉혀야 합니다.

하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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