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화나요 뉴스]한우(韓憂)가 된 기우…필연적 광주 붕괴 참사
2021-06-13 12:52 사회

1대 29대 300.

어떤 대형 참사 한 건이 발생하기 전에 같은 요인으로 유사한 29건의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그 이전에는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사소한 증상들이 300건이나 일어난다.

미국 보험 회사에서 7만 5,000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해 밝혀낸 하인리히 법칙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보내지는 사전 경고, 사소한 전조 증상들.

우리는 애써 무시하고 있던 건 아닐까요?

[광주 사고 목격자(지난 9일)]
"제가 앞에 서 가지고 그냥 보고 있었거든요. 건물이 흔들린다는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순식간에 무너진 거예요. 도로 쪽으로."

지난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붕괴 참사.

현장에선 수백 번의 위태로운 순간이 겹치고 겹쳤을테지만 오히려 '설마' 라는 안일함이 앞섰을 겁니다.

그리고 그 설마는 불행하게도 사람을 잡았습니다.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에 속도와 수익만 좇는 개발 사업,

어느 순간 관행처럼 되어버린 다단계 하도급,

졸속 공사는 말해 뭐하겠습니까.

관리·감독 소홀에 공염불이 된 안전사고 예방책까지.

사고가 안나는게 오히려 이상한 구조입니다.

예견된 인재.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던 겁니다.

[희생자 유족]
"아무 대책도 없이 그렇게 지나가는 버스를 덮쳤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예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았다니까."

불안정한 요소가 한순간 무너지고 깨어지며 발생하는 사고.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 2019년 광주 클럽 붕괴 사고 2019년 서울 잠원동 붕괴 사고.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며 외양간을 뜯어 고쳤지만, 결과적으로 변한 건 없었습니다.

높은 고층 건물에 아름다운 야경.

우수한 도시 설계와 정비 수준.

겉은 번지르르한데 안전은 뒷전인 속 빈 선진국.

21세기 대한민국입니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 고도성장은 세계에 유례없는 한강의 기적을 낳았습니다.

속도전은 불가피했지만, 개발 우선주의의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어떻게든 값싸게 어떻게든 빠르게가 미덕이었던 시절.

돈과 속도 이전에 안전이 먼저고 사람이 먼저고, 내실을 다지는 게 먼저입니다.

'만일 하늘이 무너지면 어떡하지?'라는 중국 고대 기나라 사람의 쓸데없는 걱정에서 비롯된 기우,

이제 '저 건물이 무너지면 어떡하지?'라는 현대 한국 사람의 이유있는 걱정에 '한우'가 될 판입니다.

인간이 만든 수준 이하의 사고에 우리들의 이불 밖은 한층 더 위험해졌습니다.

지금까지 화나요 뉴스였습니다.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