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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선이 간다]“우리가 오징어게임의 말” 청년 울린 ‘전세 악몽’
2021-09-30 19:44 뉴스A

부동산 개발로 수천 억원씩 벌었다는 뉴스가 들리지만, 정보가 부족한 청년이나 사회 초년생들은 전 재산인 보증금 몇 천 만원마저 못 돌려받고 거리로 나앉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언덕마을에서는 빌라 한 채 세입자 전체가 방을 빼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된일인지 제가 직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신림동 고시촌 꼭대기에 있는 빌라.

지난달 말 세입자 23명이 한꺼번에 퇴거 통보를 받았습니다.

[취준생 박모 씨(27) / 세입자]
이런식으로 테이프로 붙여놓고 "9월 10일까지 점유를 해제해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나와있는 것이에요.

집주인은 세를 주기 전에 이미 신탁회사에 부동산 소유권을 담보로 넘기고 돈을 빌린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대출을 갚지 못해서 퇴거 통보가 간 것입니다.

[취준생 박모 씨(27살) /세입자]
(계약할 때) 이거 '신탁' 뭐냐 없어야 되는 것 아니냐? 물어봤더니 '이거는 바로 말소하는 조건으로 가면 됩니다. 잔금만 치르시면 말소될 겁니다' 라고 이야기를 해서.

세입들은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보증금 1~2억을 하루 아침에 날릴 위기입니다.

[취준생 박모 씨(27살) /세입자]
거의 대부분 부모님 돈이죠. 제가 모아놓았던 돈 3천? 그 정도 제외하고는 다 부모님이 대출 받으셔서 저한테 빌려주신 돈인데 아... 이걸 못 받으면 참 그렇죠.

세입자 대부분이 박 씨처럼 사회초년생이거나 대학생들입니다.

[현장음]
(이 일이 있기 전에는 이웃 분들이 다 모이실 일이 없었죠.) 얼굴도 몰랐어요. 이 일 터지고 처음 알았어요. 옆집 사는데도 얼굴도 모르고 살았는데.

[직장인 이모 씨(24살) / 세입자]
그 사람들이 저희를 대할 때 신협이나 집주인이나 저희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이에요. '너희가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어린 것들이'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니까.

세입자들은 결국 집주인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집 주인은 대출 이자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집주인]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2,3개월 밀렸어요. 나도 형편이 어려워서. 국가에서 여러가지 부동산 대책을 계속 은행 대출을 줄이는 정책을 해왔지 않습니까.집을 제가 팔아볼려고 집을 비워놨어요. 안 팔려요.

보증금 비싼 도심에서 밀려나 언덕 꼭대기까지 찾아올 수 밖에 없었던 청년들.

[직장인 황모 씨(29살) / 세입자]
제가 진짜 50개 이상 방을 보러 다녔는데 여기가 제일 마지막에 본 집이었어요. 이 동네가 겨울에는 버스도 못 올라와요. 돈이 없으니까 여기까지 찾아왔던 거죠.

[직장인 이모 씨(24살) / 세입자]
진짜 오징어 게임 보는데 나도 막 저런데 들어가서 죽어버릴까 싶더라고요. 다 자기네 책임이 없다 그러고. 전부 다 너네만 나가주면 돼. 다들 양쪽에서 저희를 그냥 말처럼 이용하고 있는 것이에요.

내집은 커녕 내 전세라도 마련해보려던 청년들의 꿈은 악몽이 돼버렸습니다.

[취준생 박모 씨 (27살)/ 세입자]
사회 첫발을 내디딘 상태에서 구할 수 있는 집이 너무 비싸고. 만약에 전세라든지 임대라든지 다른 선택지가 많았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지 않았을까요?

여인선이 간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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