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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우발” 주장한 김태현…소름 돋는 집요함
2021-07-07 19:46 사회

17년 전 어린이 신문에 소개된 한 초등학생 엄마의 편지입니다.

딸에게 사랑을 표현한 이 어머니는, 남편을 잃고 자식들을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하지만 사진 속 다정한 세 모녀.

스토킹범 김태현의 희생자가 됐습니다.

김 씨는 우발적인 살인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곳곳에서 치밀한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다시 간다,우현기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3월, 김태현은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 침입해 자신이 스토킹하던 20대 여성 A 씨와,

A 씨의 엄마, 그리고 여동생까지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김태현 / 세 모녀 살해범(4월 검찰 송치 당시)]
"살아있다는 것도 정말 제 자신이 뻔뻔하다고 생각이 들고…"

김태현은 지난해 11월쯤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A 씨가 연락을 차단하자,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다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다시 찾아간 사건 현장, 어두운 밤 안전 확보를 위해 최근 아파트 복도에 자동 센서등이 설치됐습니다.

[아파트 관계자]
"LED등 600개를 구입해서 자체적으로 교체했어요."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해 합니다.

[인근 아파트 주민]
"여기가 캄캄해요. 입구가 밤되면 어두워요."

[아파트 주민]
"여기 경비실이 두 개잖아요. (경비는) 하나만 서거든요."

유족들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심리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A씨 고모]
"경찰서에서 걸려온 벨소리가 지금도 제 귓전에서 떠나지 않고… 새벽에도 서너 번씩 깨다 보니까."

특히 김태현이 A 씨 엄마와 여동생을 살해한 동기에 대해 재판과정에서 "우발적"이였다고 말을 바꾼 것을 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형량을 낮추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A씨 사촌언니]
"경찰조사 때 '자해로 인해서 몸이 힘들었다, 아팠다' '빨리 이 순간을 끝내고 싶었다'고 해서 '네네'라고 대답을 한 것 뿐이다라고… 굉장히 분노도 있고 억울합니다."

재판과정에선 그의 집요했던 범행 정황이 속속 제시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3일, A 씨가 김태현을 만나 다툰 뒤 김태현의 연락을 차단했는데,

다음날, 김태현이 A 씨의 집주소를 알아내 막무가내로 찾아갔던 겁니다.

A 씨의 집근처 공중전화로 수차례 연락하는가 하면, 인근 PC방을 찾아가 A씨의 게임 접속 이력까지 뒤졌습니다.

참다못한 A씨가 늦은 밤까지 자신을 기다리던 김태현을 다시 만나 과거 자신을 스토킹했던 사람을 고소했던 적이 있다고 경고했지만, 김태현의 일방적인 연락은 계속됐고, A씨는 결국 전화번호까지 바꿔야 했습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여성에게 거절당해서 인격이 파탄이 난 것인냥 명예가 훼손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더욱 보복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거죠."

사건 당일엔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한 김태현.

혼자 집에 있던 A씨의 여동생이 "물건을 집앞에 놓고가라"고 하자, 동생이 문을 열기까지 5분 여를 문 옆에서 몰래 기다린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김태현의 청소년 시절을 잘 아는 남성은 집착이 심하고 잔인한 성격이었다고 기억했습니다.

[김태현 청소년 시절 친구]
"강아지에 대해서 애착, 집착이 굉장히 심했거든요. 강아지한테 왜 그러냐고 하면서 부엌에서 식칼 갖고 와서 위협하고…"

유족들은 세모녀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김태현에게 재판부가 엄벌을 처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A씨 사촌언니]
"열심히 살아온 삶이 이렇게 한 사람의 뒤틀린 심사에 의해서 엉망이 됐잖아요. 그거를 저는 꼭 알리고 싶거든요."

다음 재판은 오는 19일 열립니다.

'다시간다' 우현기입니다.

whk@donga.com
영상취재 : 윤순용 권용석
영상편집 : 윤순용
작가 : 박정민
그래픽 : 고정인 장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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