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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요 뉴스]“아빠가 미안해”…장바구니와 화천대유
2021-10-03 12:56 뉴스A 라이브

엊그제 장 보러 아내와 마트에 다녀 왔습니다.

무심코 장바구니를 담았는데, 순간 손이 멈칫했습니다.

금쪽같은 우리 아이 주겠다고 우유 쥬스 이것저것 고르는데 갑자기 지갑 걱정이 됐습니다.

'이게 원래 이 가격이었나? 왜 이렇게 올랐지?'

아내에 애써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느새 머릿 속은 월급 통장 속 잔고와 카드값, 온갖 지출계산서로 뒤덮였습니다.

'이번 달엔 내가 조금 더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다짐했지만 너무도 오른 물가가 야속했고, 얇은 제 지갑을 보며 아내에겐 미안했고 가장으로선 속상했습니다.

이제 전기요금도 인상되고 도시가스, 상하수도 공공요금도 뛴다는데, 왜 내 봉급만 제자리인 것 같은지, 대답없는 월급통장이 무심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나와 다른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1백만 원, 1천만 원, 아니죠. 10억 원, 100억 원이 우스운 사람들 말입니다.

누구는 800만 원 투자해서 100억 원을 벌었다느니, 회사 대출로 470억 원을 빼 썼다느니 충청도 말로 화초를 가리키는 화촌대유인지, 화천대유인지는 솔직히 현실감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긴
저와 나이도 비슷한 누구 집 아들은 퇴직금으로만 50억 원을 받았다던데 능력없는 제가 누굴 탓하겠습니까?

누구는 일확천금 화천대유가 '마귀들 짓이다'라고 윽박만 지르고 누구는 '내가 오징어 게임 말이라 50억 받은거다'라고 하는데 전혀 와닿지가 않습니다.

오징어에도 못 낀 꼴뚜기라 이런 건지.

오징어 다리에 끊었던 술 한잔 생각이 날 뿐이네요.

그저 직장에서 상사에 치이고 후배에 쫓기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 게 죄라면 죄인데.

우리네 인생은 왜 저들과 이리도 다른건지.

마트 계산대로 건내는 100원 짜리가 몇 개인지 그렇게 꼼꼼히도 살피는 제가 왜 허탈해야 하는 건지 저는 도통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제 아들에게 정직하게만 살면 살만한 세상이다라고 말해주는 게 맞는 건지, 손가락질 받더라도 돈이 최고다라고 하는게 맞는 건지.

하다못해 저는 잘 살고는 있는건지.

저희 아버지께 전화라도 올려봐야겠습니다.

머리는 어지럽고 다 뭔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이거 하난 알겠습니다.

아빠가 부족해서 미안해.

여보 내가 부족해서 미안해요.

지금까지 화나요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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