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 달 말부터 장마가 시작됩니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에 강남 한복판이 물에 잠겼고,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서울시는 단단히 준비에 나선 모양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현장카메라, 김예지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여름, 기록적 폭우에 물바다가 됐던 강남역입니다.
올여름도 많은 비가 예고되면서 지자체들은 벌써부터 침수 예방 작업에 나섰는데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맨홀 뚜껑이 들리면서 분수처럼 물이 솟구칩니다.
강남 한복판에서 뚜껑이 열린 맨홀에 보행자가 빠져 숨지자 지자체는 맨홀에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쓰레기에 막혀 제 기능을 못했던 빗물받이도 청소합니다.
뚜껑을 걷어내자 낙엽과 담배꽁초가 10cm가량 쌓여있습니다.
강남역 사거리 침수 상황을 가정한 풍수해재난훈련도 처음 실시됐지만 시민 불안은 여전합니다.
[조정현 / 강남역 인근 상인]
"하수구를 크게 개보수 공사를 해야 될 것 같은데, 근본적으로 해결책이라고 할 정도의 공사를 제가 못 봐서."
폭우에 반지하집이 침수되면서 세모녀가 숨진 이곳은 사고가 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다른 반지하 집들도 침수의 흔적을 그대로 안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방안 높은 곳에 귀중품을 옮겨놓고 올여름을 준비합니다.
[반지하 주민]
"앨범부터 해가지고 전부 다 젖을 만한 것들 다 지금 위에 올렸잖아요."
서울시가 반지하 주택을 전수조사해 물막이판을 설치해주고 있지만 주민들은 소용없다고 말합니다.
[반지하 주민]
"물이 차면 아무리 이게 있더라도 저 위로 물이 들어와 버리는 것도 있고 일단 밑에서 위로 솟구쳐 올라온단 말이에요."
지난해 침수로 피해를 본 반지하 주민들은 대부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반지하 주민]
"그런 분들이 계세요. 왜 그런 데 사냐. 근데 지상으로 올라갔을 때 월세가 2배 이상, 최하로 잡았을 때 2배예요."
[반지하 주민]
"지금 집값이 더 많이 올라갔지. 비용도 들지. 뭐 전기세도 올랐지. 가스비도 올랐지. 생활이 너무 불편하고 걱정되네요."
지자체에서는 이사비 지원, 무이자 대출 등으로 이주를 돕고 있지만 소득, 거주기간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반지하 주민]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구체적인 탈락 사유 같은 거 전달받으셨나요?) 그런 건 전달 못 받았어요. 건물주 상대로 서류만 주고 가요."
서울시는 폭우피해 대책으로 20년 안에 반지하를 모두 없애기로 했습니다.
21만여 호의 반지하를 매입할 예정인데 현재 매입된 곳은 72호에 불과합니다.
다세대주택의 경우 전세대 절반 이상이 동의해야 매입신청이 가능하고 매입가격도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지하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불안한 여름은 또 다가오고 있습니다.
[반지하 주민]
"계속 불안은 해요. 특히 이제 잘 때 소리가 나면 깨죠. 후도도독 소리가 좀 심하게 나면 괜히 괜스레 한번 나와보기도 하고."
현장카메라 김예지입니다.
영상취재 : 김근목
영상편집 : 이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