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의 나라, 일본에서도 처음 보는 자판기가 나왔습니다.
음료수를 마시려면 동전을 넣는 대신 직장 동료와 같이 사원증을 대면 된다는데요.
이런 자판기를 만든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세계를 가다, 도쿄 김민지 특파원입니다.
[기자]
도쿄의 한 IT 회사에 최근 특별한 자동판매기가 설치됐습니다.
사장님이 쏜다'란 이름의 이 자판기는 2명이 함께 사원증을 대면 원하는 음료수를 골라 무료로 마실 수 있습니다.
음료 값은 업체 대표가 내는 방식입니다.
자판기 앞에 모인 직원들 사이에선 웃음꽃이 핍니다.
[현장음]
"(마실 제품을) 정했어요!"
[가네코/ 회사 직원]
"잘 모르던 동료와 대화할 수도 있고 음료수도 공짜로 마실 수 있어서 좋죠."
회사도 직원들 간 교류 확대가 업무 능률 향상이나 소속감 증대 등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한 음료 업체가 개발한 이 자판기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기업 뿐 아니라 대학가 등 현재 일본 내 약 400곳에 설치 됐습니다.
[마츠모토/ 자판기 담당 업체]
"(자판기는) 둘이 가면 의사소통 공간이 되는 점이 인기 요인 같습니다."
[현장음]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
카페 점원이 친구를 대하듯 손님을 반말로 맞이합니다.
이 카페에선 점원이나 손님끼리 자유롭게 반말로 대화합니다.
[현장음]
"오랜만이야. 옷 예쁘다. (고마워) 잘 어울려!"
성별, 나이, 직급에 상관없이 반말로 웃고 떠들다보면 어느새 친구가 돼 있습니다.
[미사키/ 카페 손님]
"코로나19 사태도 있었고 스마트폰만 보니까 직접 소통하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좋아요."
'코뮤 쇼', 의사소통 장애란 단어까지 등장한 일본 사회에서 사소한 대화나 잡담이 의미 있는 의사소통으로 떠오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일본 시민 10명 중 4명이 고독감을 느낀다고 조사됐습니다.
1인 가구가 일반화 돼 있는데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개인 간 단절이 더 심해지다 보니 하루에 말 한 마디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급기야 일본 정부는 고독사나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적 단절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관련 법까지 만들었습니다.
교류 단절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후원자를 붙여 지원하는 겁니다.
[이시다 미쓰노리 / 와세다대 교수]
"(고독과 단절로) 나쁜 상황을 막기 위한 예방책인 것이죠.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방법을 노력 중입니다."
소통 장려에 나선 일본.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우리나라에도 또 다른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채널A 뉴스 김민지입니다.
영상취재: 박용준
영상편집: 이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