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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톡’]리틀 포레스트 실사판 ‘상주 미녀농부’
2018-04-27 22:33 기자페이지
“4년차 농부. 나는 땅이 없다. 인근에 노는 땅을 빌려다 짓고, 남의 과수원을 빌려 배를 키운다. 트랙터도 빌려 썼다. "아가씨가 무슨 농사야?" 란 날선 눈초리가 따라 다녔다. 하지만 1천평 쯤은 호미질로 '리얼 수제' 농사짓는 사람이다. 내가! 쭈그리고 앉아 단호박 하나, 하나 맨손으로 심었다. 초집중모드에 들어가면 흙이 날 안아준다. 진짜 위로다. 치유의 농업.

올해는 정말로 땅이 없다. 밭을 임대해주시던 어르신의 자녀가 귀농을 결심해서다. 반길 일이다. 새 작물에 도전할 계획에 설렜던 나만 풀이 죽었다. 그러나 쳐져만 있기엔 할 일이 많았다. 일단 우리 농산물로 만드는 디저트 카페 오픈이 코앞이다. 미녀농부의 봄은 ‘빵’이다. 구수한 빵 냄새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곳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이정원(33)씨를 처음 만났을 때, 일본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떠올랐습니다. 가녀린 몸으로 야무지게 농사를 짓고, 자신을 치유해 준 농촌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모습까지 주인공과 판박이였던 그녀. 잠시도 쉬지 않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이씨도 늘 바쁩니다.

‘미녀농부’란 브랜드로 농산물을 생산, 유통하고 인근 영세 농가 작물을 대신 판매하는 영농조합을 운영합니다. 창농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강의도 나가고, 농촌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도 연구합니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이씨는 빵을 굽고 있었습니다. 미녀농부의 2018년 첫 프로젝트 '우리 농산물 디저트 카페'를 위해 맹연습 중입니다. 산지의 건강한 먹거리를 건강하게 조리해, 일자리도 만들고 관광객도 모으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씨는 청년들이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농촌을 설계합니다. 미녀농부가 그리는 농촌에서는 농사를 지어도 되고, 디자인을 해도 되고, 글을 써도 됩니다.

"농촌에서 젊은 사람들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걸 찾아주고 도와주고 싶어요."
그녀는 ‘농촌 큐레이터’로 살고 있습니다.

# 우리는_남겨진_게_아니라_살고있다 #지방살이
지역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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