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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신공항 어쩌나’ 갈라진 제주 민심
2018-05-25 19:47 뉴스A

얼마 전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가 달걀을 맞고 폭행당한 사건 기억하시죠?

논란 속에 이 사건은 봉합됐지만 이 사건의 원인이 된 제주 신공항 문제는 지금도 제주의 민심을 둘로 갈라놓고 있습니다.

박건영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현장음]
"탑승 시간까지 잠시만 더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여객기가 예정보다 늦게 출발한다는 안내문이 나붙어 있습니다. 이날 하루 지연된 항공편만 오후 5시 기준 여든 일곱 개.

[항공사 관계자]
"(항공기가 지연된 건가요?)활주로가 혼잡해서 (비행기) 이착륙 시간이 조금씩 늦어져갖고요."

지난해 김포와 제주를 오간 승객은 1700만여 명.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으로 꼽혔습니다.

1분 40초마다 한 대씩 비행기가 뜨거나 내리고 있습니다. 모든 창구마다 장사진을 친 승객들. 짐 하나 부치는 것도 고역입니다.

[박상아(24) / 전북 부안군]
"비행기 놓치는 거 아닌가? 비행기 놓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네요.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상황은 갈수록 나빠질 전망입니다.

내후년엔 이용객 수가 3천만 명에 이르러 최대 수용 인원인 2천 5백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손명수 / 국토교통부 공항항행정책관 (2015년 11월)]
"저희 국토부에서는 제주에 새로운 공항을 차질없이 빠른 시간 내에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4조 8천억 원을 들여 성산읍에 신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이후 성산읍의 민심은 둘로 쪼개졌습니다.

먼저 삶의 터전을 떠날 수 없다는 쪽.

[채인규 / 성산읍 제2공항 반대 주민]
"제 삶 시작에서 끝까지 지금 살아온 거까지 그대로 다 여기 들어있는 거예요. 주거지만 옮기는 건 쉬운 문제지만 그렇지 않은 너무나 많은 조건들이 있단 말이죠."

반대 측 주민들은 유력한 후보지였던 정석 비행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했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후보 부지들과는 달리 연간 안개일수가 기상대에서 공식적으로 측정한 것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안개일수는 정석 비행장이 탈락한 주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박찬식 / 육지사는제주사름 대표]
"정석 비행장은 안개일수를 측정을 안 해요. 비행훈련을 하지 못한 날도 안개일수로 산입해갖고 점수를 매긴 거예요."

또, 성산읍 부지에서 보존가치가 있는 동굴이 발견됐는데도 심사과정에서 누락된 점도 지적했습니다.

결국 국토부는 재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반대측 주민들은 재조사 용역을 맡은 곳이 앞선 사전 타당성 용역을 맡은 기업이라 공정성을 기할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논란 끝에 해당 기업은 재심사를 포기했습니다.

[A 기업 제주 신공항 용역 관계자]
"(이번에 용역 포기하셨잖아요.)저희가 지금 당장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네요."

[제주도청 공항확충지원단 관계자]
"사전 타당성 재조사를 지역 주민들이 요구했기 때문에 지금은 (용역 업체 입찰) 재공고 나간 상태입니다."

신공항이 가져올 혜택들을 들어 찬성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성산읍 마을 찬성 주민]
"내심 찬성인데 대놓고 못 하는 거죠. 우리 성산읍이 인프라가 제일 약해요. 아무래도 들어서면 인프라가 구축되잖아요."

[성산읍 마을 찬성 주민]
"이 동네에 (공항 생기고) 호텔이 생기거나 그럼 저희들은 더 좋죠.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하니까."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불구하고 땅값은 벌써 10배 이상 올랐습니다.

[성산읍 소재 공인중개사]
"(예전에 3.3 제곱미터 당) 15만 원 사신 분들, 지금 현재는 150만 원 이렇게 하거든요."

이런 논란 속에 2025년 완공이라는 당초 계획은 불투명해진 상황. 신공항 문제는 곧 치러질 제주지사 선거의 뜨거운 쟁점이 됐습니다.

둘로 갈라진 민심을 의식해서인지 후보들의 입장도 팽팽히 갈립니다.

[원희룡 / 제주지사 무소속 후보]
"공항은 이미 포화가 돼서 (도민들의) 안전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공항 확충은 불가피한 것이고요."

[문대림 / 제주지사 민주당 후보]
"저의 입장은 원점 재검토라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공사 강행이냐, 백지화냐, 선거가 끝나도 둘로 쪼개진 제주의 민심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채널 A 뉴스 박건영입니다.

박건영 기자 change@donga.com

연출 김지희
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전유근
취재협조 이복헌(제주드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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