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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피해자 주치의’ 신의진 교수 인터뷰[전문]
2020-12-12 21:08 사회

네. 12년 전 조두순 사건 피해자, 당시 여덟 살 작은 소녀였습니다.

이 소녀를 처음 만나서 상담을 했고, 또 지원을 해온 분이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Q. 조두순이 12년 만에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오늘 하루가 좀 남다르셨을 텐데, 어떠셨습니까?

저는 한마디로 좀 착잡합니다. 너무 형량이 짧고, 또 그 세월이 이렇게 쏜살같이 지나가서 가해자, 범죄자가 또 피해자 바로 근처까지 와서 살게 된 이 시점에서, 정말 옛날부터 생각하는 막막함, 가슴 아픔이 저에게도 역시 감정으로 전달됩니다.

Q. 저도 사실 조두순이 이사 온다는 동네를 가봤습니다. 주변에 어린이집도 있고, 학교도 있고, 어린이 도서관도 있었어요. 주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재범 우려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보세요?

저는 조두순은 성범죄에 대한 재범도 높지만 또 다른 폭력적인 범죄의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이런 재범 가능성이 높은 범죄자를 그렇게 공동주택에 많은 분들이 사시는 곳에 꼭 살게 했어야 될까. 그 점이 저는 제일 안타깝습니다.

Q. 재범 가능성이 일반적인 아동 성범죄자보다 높다고 보시나요?

우리가 흔히 아동성범죄자라 함은 이게 같은 부류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러나 그 안에서도 굉장히 세분화된 유형이 다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폭력이 없이 아동만 반복적으로 성추행, 혹은 (성)폭행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아동성애자일 가능성이 많고요. 또 어떤 경우는 성인 여성도 성폭행을 하고 아동에게도 하는 경우가 있고. 또 어떤 경우는 다른 폭력 범죄도 하면서 성범죄도 하는 등 본인들의 폭력 성향과 성적인 범적인 양상이 굉장히 다르고. 또한 지능이 괜찮은 사람도 있고 떨어지는 사람도 있고 이런 식으로...

Q. 다양하다는 말씀...

그 안에도 다양한 부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조두순 같은 경우가 굉장히 치료도 어렵고 변하기가 어렵고, 또 위험하기도 한 그런 유형의 가해자라고 생각을 합니다.

Q. 치료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보시는 그 이유를 몇 가지 짚어 주신다면요?

저는 조두순을 직접 면접을 해본 적은 없고, 제가 평가해본 적은 없으나 12년 전에 제가 피해자의 재판 과정을 통해 했던 진술이나 태도를 보면 굉장히 자기중심적이고, 전혀 피해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고, 그러면서 심지어 그런 진술을 하면 본인의 형량이 올라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단력조차 흐려서 자기한테 더 불리한 진술도 계속 우기는, 그런 걸 생각하면 이 사람은 판단력도 문제가 있고 자기의 어떤, 다른 사람한테 미안해하는 마음도 적고. 그래서 총칭하여 그게 사이코패스의 정도가 높다고 얘기하지만, 저는 그 이상으로 이 사람이 인지기능은 정상일까 등등의 정말 많은 우려가 돼서 이 사람은 참 변화하기가 쉽지 않겠구나, 그래서 위험하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Q. 언론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다고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 이상으로 다른 측면에서 더 위험하단 부분도 말씀하시는 군요.

저는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이 사람 인지기능은 정상일까, 우리가 흔히 인지기능이라하면 자기를 조절하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일종의 능력인 거잖아요. 그런데 이 분은 그것이 좀 부족하다고 봤었고요. 당시에. 그리고 술을 특히 먹으면 거의 이성이 마비가 돼서 여러 가지 범죄를 저지름에도 불구하고 술을 끊지 못하는,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못 참고 그결과 술을 마셔버리는 그 패턴도 너무 반복이 되기 때문에, 이분의 교정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알코올과 관련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에 주무부처에서 알코올을 전혀 입에 못 대게 하겠다, 이런 부분도 발표를 했었거든요?

어떤 식으로 할지 구체성이 없는데 저는 중독을 잘 치료하는 전문가, 특히 전문의에게 알코올 중독 치료는 받도록 강제하고, 되도록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도 계속 교정하실 때 체크를 하시면서 가야지, 이거 놓치면 저는 다른 부분에, 아무리 우리가 물리적인 제재를 강화한다 하더라도 자기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굉장히 떨어질 거라고 봅니다.

Q. 아까 말씀하신 부분에서 다시 12년 전 상황으로 돌아가서, 재판 과정에서 보셨다고 했는데 어떤 진술, 어떤 부분이 이 사람의 성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셨을까요? 예를 들면.

예를 들면 ‘나는 술을 먹어서 기억할 수 없다’, ‘내가 안 했다’, 그 얘기는 뭐냐면 자기 범죄 행위에 대한 부정이고 책임성을 전혀 느끼지 않으려는 일종의 ‘디나이얼’이라는 심리 반응을 쓴 거예요.

Q. 부정. 자기부정을 하는...

부정이죠. 그러면 그런 상황에 있는 사람은 어떤 치료를 해도 심리치료 효과가 없다고 돼있습니다.

Q. 자기가 받아들여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건가요.

이런 사람의 첫 번째 심리 치료의 목표는 자기 부정을 먼저, 자기 부정이라는 방어를 깨게끔 도와야 돼요.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도 걱정이 되는 부분이 이 분이 정말 자기 부정을 하지 않는다면 굳이 저는, 그 피해자가 살 수 있는 그곳에 간다는 그 자체가, 이 사람이 정말 참회를 하고 뉘우치고, 아 내가 한 행위가 정말 미안하다 느낀다면 그렇게 떳떳하게 나는 다시 그 자리에 가겠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우선 그 행위부터도 굉장히 저는 아직 부정방어가 좀 덜 깨진 게 아닌가 의심을 했었습니다.

Q. 이번에 안산으로 돌아오는 것도 그렇지만 12년 전에도 계속해서 피해아동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었어요?

그 점도 정말 이상해요. 탄원서 쓰면서 피해 가족에게 자꾸 얘기하겠다, 뭐 확인하겠다까지 저는 들었는데, 바로 그 점이 제가 이 사람은 어떤 부분은 정말 이상하구나, 그 부분을 제대로 평가를 하자 생각을 했었습니다.

Q. 피해 가족 입장에서는 굉장히 끔찍한 진술이죠. 만나고 싶다는...

특히 아버님께서는 재판 과정에서 마주치실 때 그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는 그것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특히 최근에 다시 조두순이 거주지에서 바로 얼마 안 되게 나온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제일 많이 떠오른 기억들이 그 째려보는 눈빛이셨어요. 그것이 떠오르면 다리가 다 힘이 풀릴 정도로 다시 공포가 엄습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라는 것은 말을 못하죠.

Q. 12년 동안 사실 지금까지 피해아동을 일관되게 도와오셨는데요. 혹시 그 과정에서 정부지원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까?

저는 우리 정부가 이제는 아동이 성폭행을 당하면 초기에 대응을 하는 해바라기 센터라는 좋은 시스템을 만든 건 참 잘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조두순 피해 어린이의 사례를 보시듯이 이 배변 백을 빼고, 그러니까 심각하게 손상을 당한 사람들을 제대로 회복시켜주는 데까지는 굉장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12년 전에도 결국 정부의 도움보다는 국민들의 성원으로 아이가 두 번의 아픈 수술을 통해서 배변 백을 제가할 수 있었고요. 또 지금 12년 뒤에 가해자가 다시 코앞에 오는 것을 그렇게 많은 분들이 청와대 청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지를 못 하고 이 피해가족들을 이사보내주신 것은 또 국민들입니다. 전 바로 그 점에서 우리 정부와 국회는, 우리의 제도가 왜 이렇게 계속 12년 전과 (같이) 맴도는 지에 대해서 뼈 저리게 좀 반성하고, 새 판을 짜서 피해자를 도와주고, 또 가해자를 제대로 통제하는. 지금 현재로는 물리적 통제만 하려고 하는데 이 사람을 바꿔서 심리적 통제까지 할 수 있는, 그런 전문적인 교정 교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Q. 이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사실 직접 모금운동으로 전세 자금을 해결을 하셨어요. 그리고 제가 아버님을 실제로 만나봤을 때도 이 부분 때문에 굉장히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전세금이 굉장히 많이 올랐기 때문에. 왜 이 부분은 세금으로 전혀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었을까.

범죄 피해자 지원법에 의하면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에 지원을 하게 돼있습니다. 이사비 등을. 하지만 법에는 명시가 돼 있는데 실제로 예산이 확보가 되고 누가 하나 책임을 지고 그걸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게 지자체 단체장이 책임을 져야하는지. 또 국비로 이것을 지원해야 하는지 아니면 지방비로 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이 준비가 덜 돼있으니까, 막상 정말 쥐꼬리만 하게, 그것도 피해자가 직접 가서 여러 번의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요청을 해야만 나오는 거죠. 조금 더, 이 분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저는 해당 지자체에서는 미리 가서 피해자가 어떻게 지내는지, 뭘 원하는 지를 왜 알아보는 그 시스템은 없는 건지. 그러니까 법에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시행하는 측면에서 예산과 제도적인 지원이 촘촘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결국 그런 시스템은 없었습니다.

Q. 안산시 같은 경우에는 언론에 재차 여러 번 인터뷰도 했고. 초소를 설치한다든지 실제로 지원도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습니까?

저는 안산시 측에서는 일반 안산 주민들이 너무 불안해 하시기 때문에 그 분들을 좀 덜 불안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 진짜 제일 불안할 피해 가족들에게 좀 더 다가가서... 특히 피해 대책을, 가해자 지원 대책을 세울 때, 피해자의 눈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를 저는 먼저 확인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습니다.

Q. 또 현실적으로 세금으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같은 경우는 부동산 값이 워낙에 올랐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 지원금을 한정 없이 하기에는 너무 힘들었고, 그래서 사실 아버님도 꼭 우리가 가야하는가에 대해서 망설이셨기 때문에 10월전까지만 해도 가실 마음이 좀 적었어요. 그런데 한 두 달 남으면 진짜 닥치니까 너무 불안하고 아이도 많이 울고 그러니까.

Q. 그때 상황이 어땠습니까?

그때 당시에 많이 흔들렸습니다. 아버님은 또 다시 그 예전의, 12년 전의 악몽이 또 다시 현재진행형으로 나오는 거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분들 옮겨주는 게 단순히 어떤 삶의 질의 향상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에 조두순을 또 마주치는 순간에 저는 이분들의 트라우마가 다시 또 재현될 것이기 때문에 이분들을 빨리 옮겨야지 제대로 살 수 있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또 정부가 준비가 안 됐어요. 제가 여러 군데 알아봤거든요. 안산시, 경기도청, 심지어 국회까지 이걸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알아봤으나 현재 제도로는 그게 불가능하여 결국은 또 국민들에게 동참을 요구해서 겨우 이사를 보낸 겁니다.

Q. 12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마찬가지군요.

그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Q. 이번에 보니까 피해자 쪽 상처는 어떻게 보면 다시 드러난 거예요. 12년 동안 치료나 심리적인 부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었는지...

우리가 성폭력 피해자 같은 경우는 초기에 대응하는 제도는 겨우 만들었으나 장기적으로 이분들이 중간 중간 다시 재발되고, 또 이런 상처받는 일이 생기면 또다시 트라우마가 재현되거든요. 장기적으로 추적해서 도움을 주는 시스템은 없습니다. 저는 그것을 꼭 마련해야 하는데 그것을 마련하게 되면 부처 간에 여성가족부의 일이냐, 보건복지부의 일이냐, 법무부의 일이냐, 이런 식으로. 저는 부처 간에 이게 통합되지 않고, 또 그러다보니까 결국은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지원을 잘 받기가 힘들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Q. 법적인 부분은 어때요. 격리법 얘기도 나왔었는데 이런 것들 실제로 실현되기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국회에 계셔보셨으니까.

일단은 저는 보호수용법이라고 그러죠. 아주 심각하게 재범 위험이 높은 흉악한 범죄자들은 일정 기간 형이 끝나더라도 좀 다시 밖에 못나가게 하고 치료를 시키자는 법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왜 어려우냐면, 우리나라의 형사, 형법은 대부분 처벌, 그러니까 응보를 하는, 자기가 잘못한 거에 대한 만큼 형을 받는 쪽으로 돼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을 가둬놓고 치료를 하는 부분은 형을 계속 살게 한다는 느낌보다는, 이 사람을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이 두 가지가 약간 상충을 해요. 그래서 이런 부분의 사법을 회복적 사법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런 식의 형법의 사법적인 부분은 법체계 자체에서 약해요. 그래서 현재로서도 지금 상황의 보안처분을 좀 더 강화한다고는 하나, 저는 이제 우리도 선진국이고 문명국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언제까지 응보적인 형법 처리만 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고. 저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좀 회복적 사법의 측면에서도 제도를 제대로 만들고 예산을 넣고 법을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오늘 하루가 피해 가족들에게도 굉장히 길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저희가 뭐 굳이 피해자 얘기를 많이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고통을 굉장히 지켜보셨잖아요. 좀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아이는 잘 컸다고 들었고요.

그래서 이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가 잘 성인으로 자라서 대학생으로 건강하게 살게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으며, 또 저 역시 많이 치료를 했어야 됐고. 또 가족들의 아픔은 정말 말도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 이런 것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100프로 예방이 안 된다면, 적어도 앞으로의 제도에서 가해자들만, 사실 가해자는 직업도 지원해주고 하는 게 있는데 사실 피해자를 위한 지원은 정말 없습니다. 그래서 이 피해자들이 끝까지 건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 수 있도록 우리, 조두순 피해자 만큼의, 더 이상의 지원을 받도록 반드시 저는 책임지는 정부의 정책, 또 우리 국회의 입법활동 정말 꼭 필요합니다.

이게 특정 피해자나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그 당사자가 될 수도 있는 거고요. 무엇보다 조두순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재범만큼은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를보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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