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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다]북한도 막지 못하는 MZ 물결
2021-04-25 19:29 뉴스A

소비문화와 유행을 바꾸고, 직장에서도, 심지어 투표를 할 때도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게 90년대 생, 젊은 MZ세대죠.

북한도 마찬가집니다.

세습정치, 폐쇄된 사회 분위기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북한 MZ 세대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세계를 보다' 박수유 기자입니다.

[리포트]
외교 사절단 6백 여 명을 초청해 치러진 2018년 9월 북한 열병식.

김일성광장을 가득 메운 평양 주민들은 목이 터져라 김정은 만세를 외칩니다.

군 수송 트럭이 지나는 평양 도로 양 옆에도 주민들이 동원됐습니다.

[현장음]
"감사합니다!"

길면 6개월씩 이어지는 리허설에 평양 젊은이들은 이렇게 스트레스를 풉니다.

[린지 밀러 / 작가·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부인]
"(열병식이) 끝나자마자 버스를 타러 가거나 쇼핑하러 달려가요. 반미 구호를 외치는 대신 그냥 친구들과 즐기는 게 더 좋은 거죠. 이것은 정말 (북한만의) 이중생활이죠."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의 부인으로 2017년부터 2년 동안 평양에 살았던 외국인의 눈에는 그야말로 '이중생활'로 느껴졌습니다.

[린지 밀러 / 작가·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부인]
"(북한 사람들이 군사 퍼레이드에 대한 험담도 하던가요?) 감시자들이 없을 때 군인들이 거짓말을 많이 한다느니 욕을 했죠."

올해로 집권 10년을 맞은 30대 김정은 위원장의 고민도 90년대 이후 태어난 2030, 이른바 MZ세대입니다.

이들은 북한 인구(약 2천500만 명)의 14%인 350여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사상적 충성심이 약하고 개인주의, 자본주의 성향이 강하다보니 김정은 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들의 사상 통제를 주문합니다.

[김정은 / 북한 국무위원장(지난 9일)]
"새 세대들 사상 정신 상태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은 당세포들이 청년교양에 보다 큰 힘을 넣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양 문물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김정은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린지 밀러 / 작가·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부인]
"데니스 로드만과도 친구고, 레드벨벳 옆에서 사진 찍고. 김 씨 정권은 외부 문물에 노출된 젊은이들로 걱정이 많을 거예요."

코로나 이전 20대 북한 친구들과 여름 방학이면 김일성종합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다는 러시아 유학생.

[엘리자베타 레클러 / 러시아 유학생]
"파티를 많이 했어요. 맥주와 소주도 먹었고요. 러시아에서 가져온 영화도 보고."

기억에 남는 건 젊은 여성들이 남존여비 사상을 답답해했다는 겁니다.

엄마보다는 워킹맘을, 중매보다는 자유연애를 하겠다는 여성이 많아졌습니다.

[엘리자베타 레클러 / 러시아 유학생]
"(북한은) 부모님이 남편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자주 본 여학생들은 '우리는 스스로 선택할 거예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쩌면 김정은 정권이 국경 봉쇄를 통해 막고 싶은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세습정치에 대한 피로감, 외국인들과 탈북자들로부터 듣는 자유에 대한 갈망일 지 모릅니다.

세계를 보다 박수유입니다.

박수유 기자 aporia@donga.com
영상취재 김기범
영상편집 배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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