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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가다]현실 속 ‘파친코’ 주인공을 만나다
2022-04-30 19:48 국제

[앵커]
소설이 원작인 이 미국 드라마 제목이 ‘파친코’지요.

직업을 구할 때 차별 받던 재일 조선인들에게 천대 받던 파친코, 도박 사업은 생계를 지킬 마지막 보루가 됐습니다.

역사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데요.

<세계를 가다> 김민지 도쿄 특파원이 그 주인공들을 만났습니다.

[리포트]
"제가 밤낮으로 일해서 손톱이 다 부러지고…"

일제 강점기 현해탄을 건넌 뒤 '파친코'를 통해 터전을 일군 자이니치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 드라마입니다.

실제 1917년 오사카에서 강제 노동에 동원된 김순차 씨의 아버지도 전쟁 뒤 마땅한 일거리가 없었습니다.

[김순차 / 파친코 사장·자이니치 2세]
"아침저녁 스웨터 짜기를 해서 음식점도 했는데 잘 안됐고 친척 아저씨가 하는 파친코에서 아버지가 보고 배우셨어요."

일본인들이 천대했던 파친코 장사로 겨우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조센진이라고 멸시 받던 어린 시절 기억이 또렷하지만 김 씨에게는 파친코가 '가족'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김순차 / 파친코 사장·자이니치 2세]
"(예전에는 구슬이) 쌓인 것을 다시 부어야 했어요. <전부 직접 해야만 했나요?> 그렇지 않으면 기계가 멈춰버리니까요."

한 때 일본에서 파친코 사업은 자동차 산업과 맞먹을 정도였는데요.

지금은 코로나 등 경기악화로 그 규모가 반 정도 줄었습니다.

[김순차 / 파친코 사장·자이니치 2세]
"(파친코를 운영하는 자이니치는) 70% 정도입니다. 일본에 살고 싶어 산 것이 아니라 살아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이니치에게 파친코는 상징적인 것이죠."

자이니치는 현재 44만 여 명입니다.

파친코 운영 말고도 이곳에서처럼 소와 돼지의 내장, 호르몬을 요리해 생업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자이니치 커뮤니티 주변으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했습니다.

"도망쳐! 위험해!"

'한국이 싫다'며 교토에 있는 우토로 마을에 20대 일본 남성이 불을 지른 겁니다.

[정우경 / 우토로 거주자·자이니치 2세]
"불티가 우리 집까지 날아 와서 물을 뿌렸어요. 위에 방충망이 다 타버렸어요."

1941년 비행장 건설에 강제 동원됐던 자이니치가 모여 살던 우토로 마을.

오랜 시간 차별을 넘어 거주권을 인정 받았고

[현장음] "하나, 둘, 셋"

화합을 기원하며 평화 기념관도 열었습니다.

[한금범 / 우토로 주민·자이니치 2세]
"차별로 고립됐던 우토로가 계속 싸워가면서 이렇게 좋은 기념관이 생겨 정말 좋습니다."

우리 땅에선 일본인, 일본에선 한국인으로 차별 받아온 '자이니치'

이제 더 이상 숨지않고 끈질긴 생활력과 유산을 대물림하고 있습니다.

[김수환 / 우토로 민간기금재단 이사·자이니치 3세]
"(자이니치의 힘은) 차별에도 당당히 살아왔던 실천의 역사입니다."

[박소희 / 드라마 '파친코' 배우·자이니치 3세]
"미투·갑질을 소리 높여 말해 사회가 변하는 시대지 않습니까. 숨겨야만 했던 비극의 시대는 끝났어요. 이제 자이니치가 나설 차례입니다."

교토에서 채널A 뉴스 김민지입니다.

김민지 도쿄 특파원

영상취재: 박용준
영상편집: 방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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