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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보다]성폭행범 ‘혀 깨문 죄’ 59년…재심도 거부
2023-05-21 19:51 사회

[앵커]
1964년,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했던 18세 소녀가 '중상해'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가해 남성보다 처벌이 무거웠습니다.

77세 할머니가 된 소녀는 법원에 재심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보다에서 풀어드리겠습니다.

1. 전민영 기자, 당시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최말자 씨는 18세이던 1964년 5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물어 절단했습니다.

일면식도 없던 20대 노모 씨가 "길을 알려달라"고 유인한 뒤 최 씨를 넘어뜨리고 범행을 시도한 겁니다.

긴박한 순간, 최 씨는 안간힘을 썼습니다.

[최말자 / 사건 당사자]
"숨도 못 쉬고 넘어지면서 충격을 받으니까 정신을 잃어버렸죠. 눈 뜨고 보니까 아무도 없고 일어나려고 하니까 입에서 이상한 느낌을 느끼고 그 자리에다가 뱉고 일어났는데 혀가 잘렸던 거였죠."

최씨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남성에게 중상해를 입혔다'며 오히려 최 씨를 기소했습니다.

최 씨는 6개월 정도 구속돼 있다가 겨우 풀려났는데, 법원은 이듬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2. 가해자는 어떤 처벌을 받았나요?

가해자는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주거침입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요.

당시 가해자가 여성의 집까지 찾아가"평생 불구로 살게 됐다"며 "나랑 결혼할 거 아니면 돈 내놔라"며 억지를 부렸다고 합니다.

결국 최 씨 아버지가 논을 팔아서 노 씨에게 합의금까지 건넸다고 합니다.

3. 여성이 남성보다 처벌을 더 많이 받았네요? 이유가 뭔가요?

당시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은 "최 씨가 남성을 따라가는 등 성폭행 충동을 일으키는 데 어느 정도 보탬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혀를 끊어버림으로써 일생 말 못 하는 불구의 몸이 되게 하는 것은 정당한 방위의 정도를 지나쳤다"고도 했습니다.

그 당시 언론들도 혀 자른 키스 사건, 키스 참사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다룬 기사를 썼고요.

'혀 끊긴 것도 인연인데 결혼시키자'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4.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데요. 최 씨가 재심을 청구했다고요?

재판이 잘못됐다는 거죠.

가해자는 사건 4개월 후에 1등급 받아서 군대도 가고 베트남 파병도 갔다고 합니다. 

중상해가 아니라는 거죠.

경찰 수사 단계에선 "결혼하라"는 2차 가해가 있었고, "검찰이 자백하지 않으면 평생 감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진술을 강요했다는 게 최 씨의 주장입니다.

[최말자 / 사건 당사자]
"욕은 다 하고, 나를 잡아 죽일 듯이 앞에 앉혀놓고 바른말 하라 이거야. 악몽에서 지금도 헤어나질 못 해. 너무 분하고 너무 억울하고…"

5. 재심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1심과 2심 모두 재심을 기각했습니다.

"위법한 수사라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반세기 전 일이라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최 씨는 대법원 판결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최말자 / 사건 당사자]
"기다린다는 자체가 너무 힘들어요.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이 사건을 바로 잡아달라는 거. 내 사건을 바로 잡으면, 또 이걸 보고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 내서 나와서 도움을 받고…"

재심 기각 결정이 2021년 9월에 났지만 대법원 기일은 1년 8개월째 감감무소식입니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결정이 필요해보입니다.

지금까지 사건을 보다 전민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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