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를 국내번호 010으로 바꿔주는 중계기를 무인도에 설치해놓고 150억 원 넘게 챙긴 보이스 피싱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무인도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중계기에 태양광 패널을 연결했습니다.
강보인 기자입니다.
[기자]
경찰관이 갈대밭을 휘저으며 일대를 수색합니다.
얼마안돼 갈대밭 한가운데 태양광 패널이 보입니다.
천막 속엔 안테나가 달린 기계와 배터리가 보입니다.
중국 같은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국내 발신 전화번호처럼 바꿔주는 중계기입니다.
[현장음]
"태양열 패널에. 패널이 설치된 곳에서 배터리 두 개. 반대쪽으로 돌아가면 인버터. 인버터가…"
이곳에 중계기를 몰래 설치해둔 보이스피싱 조직은 2018년부터 최근까지 중국에 조직을 두고 검찰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피해자 328명에게 뜯어낸 돈은 150억 원에 달합니다.
070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를 이용해 의심을 피했습니다.
중계기를 모텔이나 차량 등에 숨겨 운영하던 이 조직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낙동강 하구의 무인도로 눈을 돌렸습니다.
태양열 패널을 연결해 스스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어민 2명에게 섬에 들어오는 배가 있는지 감시도 시켰습니다.
경찰은 무인도에 접근할 때마다 중계기 신호가 끊기는 걸 수상히 여기고, 수상 오토바이를 타다 길을 잃은 척 무인도로 들어가서야 숨겨둔 중계기를 찾는데 성공했습니다.
[박무길 /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강력5팀장 ]
"선박을 대여해서 섬 쪽에 접안을 시도를 했는데, 그때마다 중계기 전원이 차단되는 거였습니다. 무인도에 중계기가 설치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중계기 운영책 등 23명을 검거해 이중 13명을 구속했습니다.
중국에 있는 총책의 신원도 밝혀내 인터폴과 함께 쫓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강보인입니다.
영상취재 김덕룡
영상편집 박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