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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철의 시선]일하는 점심, 일보는 점심
2018-04-11 11:53 사회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별 일 없으시죠?
괜찮으세요? 수고가 많아요.

사는 게 너무 바빠 요즘 집 밥 먹기가 어렵습니다.

남자들 사이에선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집에서 한 끼도 안 먹으면 영식 님, 한 끼 먹으면 일식 씨, 두 끼 먹으면 이식 군, 삼시세끼 다 챙겨달라고 하면 삼식OO이라고 하죠.

도시락 싸서 다니지 않는 한 점심 한 끼는 직장에서 먹어야 합니다.

점심(點心),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인데요. 점심 시간은 오전과 오후 일과 사이에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죠.

하지만, 서비스업의 경우엔 점심 한 끼 제대로 먹기 어렵습니다.

은행 얘기인데요. 은행 영업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7시간입니다.

영업점의 경우 점심 시간은 따로 없고요. 보통 2교대나 3교대로 밥을 먹으러 갑니다.

빨리 먹고 들어오지 않으면 고개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때문에 30~40분 안에 먹고 와야 합니다.

이 노래처럼요.

밥 한끼 해요
나와 밥 한 끼 해요 내게 21분 30초만 내어줘요. 커피도 마셔주면 좋겠지만 그 정도로도 괜찮아요.

그러자 금융노조가 '점심시간 1시간 보장' 등을 은행 측에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처럼 아예 1시부터 2시까지 지점 문을 닫든지, 점심시간 외에 밥 먹을 1시간을 보장해 달라는 거죠.

은행들 4시에 문 닫지만 그 때부터 보험 펀드 팔고, 대출 권유하다보면 밤 10시에나 일이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녁도 없는 삶을 사는데 점심 시간이라도 보장해달라는 노조의 주장은 일리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4조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들만 점심에 쉴 수 있나요? 백화점이나 구청, 주민센터도 점심시간에 쉬어야 하고요. 경찰, 소방관, 공항, 콜센터 직원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자칫 한낮에 대한민국이 멈춰야 할 지도 모릅니다. 고객들의 불편을 고려해 은행 운영의 묘를 살리면 어떨까요.

교대 시간을 늘려 점심 시간을 보장해주는 대신 영업시간도 연장하는 겁니다.

요즘 해가 길어져 4시면 한 낮인데 은행 셔터가 내려져 있는 걸 보면 가끔 "이건 뭐지?"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주말이나 연휴에도 문을 열고, 퇴근 후에도 영업하는 지점이 늘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고객들도 은행원들의 점심 시간 보장에 두 손 들어 찬성할 겁니다.

천상철의 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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