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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철 시선]찍지 말고 드세요
2018-05-30 11:31 뉴스A 라이브

시한부 삶을 살던 변두리 마을 사진사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심은하 씨의 풋풋한 얼굴이 참 반갑습니다.

예전엔 동네마다 이런 사진관이 2~3개쯤은 있었습니다. 유리 너머 액자 속에는 가족사진, 증명사진, 졸업사진까지 우리네 이웃의 모습이 가득했죠.

소중하게 찍은 24장짜리, 36장짜리 필름을 들고, 사진관을 찾아 현상되길 기다렸던 추억도 떠오릅니다.

하지만, 고성능 카메라 버금가는 휴대전화에 밀려 사진관은 이제 흑백 사진 속 추억이 돼 버렸네요.

'사진 촬영 금지'

휴전선 근처도, 군 시설물도 아닌 카페나 음식점에 이런 푯말이 나붙었습니다.

주로 해외 고급식당에 이런 곳이 많았는데, 요즘 우리나라에도 도입되는 추세입니다.

이유는 손님들이 사진 찍느라 제때 먹지도 않고요. 플래시 빛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도 줍니다. 음식 촬영한다고 의자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정신을 쏙 빼놓기도 한다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나 이런 곳에도 와봤다, 이런 비싼 음식도 먹어봤다, SNS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합니다만 과유불급이라는 말 괜히 있는 건 아닙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영국의 스타 셰프 고든 램지는 "고객들이 돈을 낸 음식 사진을 찍는 건 셰프에게 큰 칭찬"이라며 "무료 홍보에 감사해야 할 "이라고 사진 찍을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본아트(born art)

생후 14일이 안 된 신생아 사진 촬영을 뜻합니다.

최근 아이를 출산한 신세대 엄마들에게 유행이랍니다. 잠깐 스쳐 가는 신생아 때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라는데요.

삼칠일도 안 지난 신생아를 놓고 수십 장의 플래시를 터뜨리는 게 괜찮을까 걱정도 되지만, 엄마들 사이에선 문의가 빗발친다고 합니다.

신생아 때 시작된 사진 촬영은 50일·100일·200일·1년 때마다 반복됩니다. 비용만도 수 백만 원에 달한다니 사진 공화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입니다.

오래된 일기를 꺼내듯이 추억을 담은 사진 한 장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 수 백 장씩 찍어 추리기도 어려운 사진 쉽게 찍고 쉽게 지워버리는 사진 속에 얼마나 많은 추억이 담길 수 있을까요?

'사진은 찍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사진작가가 한 말인데요. 추억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사진 장수와 추억은 비례하지 않을 겁니다. 제 사진첩을 하나 갖고 왔는데요. 표정과 감정을 담은 사진 한 장이 더 많은 추억을 소환할 지도 모릅니다.

천상철의 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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