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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km 울타리에 길 막힌 야생동물들…사고 위험에 노출
2021-02-12 19:30 사회

야생 멧돼지 잡으려고 쳐놓은 차단 울타리에 애꿎게도 산양, 고라니들이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울타리 길이가 전국 1800km에 달하다보니, 곳곳에서 천연기념물들이 신음하고 있는데요.

그 현장을 강경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양 한 마리가 울타리를 연신 들이받습니다.

[현장음]
"다치겠어."

멸종 위기 1급인 산양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보호종입니다.

[박광용 / 제보자]
"(산양이) 철망에 막혀있으니까 못 가고 바둥바둥 대는 모습이 안쓰럽더라고요."

도로 위를 달리는 고라니.

울타리에 올라가 보려 애를 쓰지만 끝내 포기하고 도로 옆 도랑을 따라 달아납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 차단을 위해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경기와 강원 지역에 광역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설치된 구간은 1,800km가 넘고 들어간 예산은 1천억 원이 넘습니다.

[강경모 기자]
"높이 1.5미터의 차단 울타리는 철제로 된 망이 촘촘히 짜여 있어,

왠만한 야생동물은 빠져 나갈 수 없습니다.

울타리에 가로막혀 길을 잃은 야생동물은 로드킬 등 사고 위험이 큽니다.

화천에선 울타리 옆에서 오도가도 못하던 새끼 산양이 개에 물려 죽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울타리를 설치한 환경부는 현재로선 별 대책이 없다고 말합니다.

[환경부 관계자]
"로드킬을 방지하는 측면도 있는데, 마땅한 대책이 크게 없을 거 같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선…어쨌든 차단선이기 때문에."

[조영석 / 대구대 생물교육과 교수]
"생태통로를 다시 넣어 준다든지 방법들에 대한 고민이 있지 않으면 야생동물이 갇혀서 유전적으로 고립되고 멸종하는 일들이 벌어지겠죠."

방역을 위해 다급히 설치했던 울타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널A 뉴스 강경모입니다.

kkm@donga.com
영상취재: 김민석
영상편집: 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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