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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다 죽을 때를 기다립니까”…‘화상’도 기약 없어
2021-02-12 19:08 정치

죽기 전에 만날 수 있을까

지난해 한 해 동안만 남측 이산가족 신청자 3300명이 눈을 감았습니다.

죽기 전 화상으로라도 얼굴 한 번 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지만

북한은 야속하게도 우리의 제안에 답이 없었습니다.

부치지 못한 영상편지만 2만 통이 넘습니다.

정하니 기자가 애타는 이산가족들을 만났습니다.

[리포트]
"지금은 두엽, 춘엽이와 저만 남았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전에 오라버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소식이라도 알고 가면 편히 눈감겠다고 하시곤 하셨습니다."

북한에 두고 온 여동생이 15년 전 보내 온 편지를 다시 꺼내 든 이근엽 할아버지.

그 여동생마저 5년 전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 북한에는 조카만 남았습니다.

6·25 전쟁이 일어난 그해 12월, 고향을 떠나 국군에 자원입대했던 20대 장남은 어느덧 구순이 됐습니다.

2주 뒤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끝내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근엽 / 이산가족(91)]
"세상 떠나기 직전 (여동생)사진이요. 중국으로 나와서 나를 만나려고 그랬는데 이루지 못했지. 그런데 세상 떠났다. 비통함은 말할 수도 없고."

잠시 헤어질 줄 알았는데 세월은 흘러 흘러 71년이 지났습니다.

통일부가 지난 2005년부터 북한에 전달하기 위해 찍은 이산가족들의 영상편지는 모두 2만 3천여 편입니다.

하지만 16년 동안 고작 25편만이 북한에 전달됐습니다.

[강성옥님 영상편지]
"내 생에 못 만나더라도 우리 자녀들이라도 한번 가서 만나 봤으면 하는 생각이야. 연락이 닿으면 소식만 한번 들었어도 죽어도 한이 없는 거지 뭐."

[김덕순님 영상편지]
"평생 아버지 엄마가 오빠를 보고 싶어서 가슴앓이를 하고 갔는데 그 소원을 우리가 풀어야 안 되겠습니까 오빠야."

북한은 올 초 우리 정부가 제안한 화상상봉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근엽 / 이산가족(91)]
"이산가족들 다 죽으면 이런 문제가 없지. 그때를 기다립니까?"

생존 이산가족 수는 매년 감소해 올해 처음으로 5만 명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들은 이번에도 쓸쓸한 설을 맞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

영상취재 : 이기상
영상편집 : 오영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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