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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메라]‘삼풍 참사 26주기’ 위령비는 어디에
2021-06-28 20:16 뉴스A

그라운드 제로.

9.11 테러 이후 쌍둥이 빌딩을 그대로 지어서 미국의 재건 정신을 보여주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뉴요커들은 슬픔을 감추는 것보다 드러내는 쪽을 택했습니다.

미국인들의 눈물을 상징하는 거대 폭포와 하얀 새가 날아가는 모습의 오큘러스 환승역까지.

전세계인이 희생자들을 자연스럽게 추모할 수 있는 뜻깊은 공간이 됐죠.

우리도 삼풍 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씨랜드 화재 같은 모든 국민을 가슴 아프게 한 참사를 겪었지만, 사고의 무게에 비해 희생자들을 기리는 공간은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

내일 삼풍백화점 참사 26주기를 앞두고 현장카메라 여현교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26년전 천여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사고 추모 공간입니다. 당시 사고현장과는 5km 떨어져 있는데요, 지금 현장엔 아파트가 들어섰고 위령탑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 때문에 이곳 양재 시민의숲 공원 구석에 위치해있습니다."

목적을 잃어버린 추모공간 이곳뿐이 아닙니다. 현장으로 갑니다.

삼풍백화점 사고 1년전 일어났던 성수대교 붕괴 사건.

당시 등교중이던 여중생 9명을 포함, 32명의 사망자를 내 큰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고 자성의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가득했습니다.

성수대교 참사를 기억하자는 '공간'은 지금 어떻게 돼 있을까.

"여기 지도 상에는 나오거든요?"

성수대교 위령비는 현재 서울 성수대교 북단 IC 한 가운데 위치해 있습니다.

고속도로로 둘러쌓여 대중교통이나 도보로는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한쪽에선 불법 현수막을 거는중이고,

[현수막업체 관계자]
"(위령탑이라서 제한이나 이런 거 없었나요?) 벌써 벌금 내고 떼기로 하고 붙여요. 벌금을 한 장당 15,000원 , 지자체에 떼기로 하고 (미리) 내요"

위령비 근처로 가니 향은 바짝 마른 채 남아있습니다.

아예 부서진 곳도 있습니다.

(현장음)
"보니까 관리가 안돼서 시멘트가 떨어진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불법 주차도 많습니다.

(현장음)
"위령비 방문객들은 없지만 이 방문객들을 위한 주차장엔 다른 차들이 가득합니다."

지자체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우리 구에서 영업용 차량들이 간혹가다 주차를 해가지고."

[서울시 관계자]
"우리는 시설물 관리를 하는데 주변에 풀이 나거나 쓰레기 청소 같은 건 성동구청에서 하고.."

[외국인 관광객]
"이렇게 큰 참사현장의 추모비가 이렇게 돼 있다니 너무 불공평하다. 잘 조성되어서 많은 이들이 와보고 돌아보게끔 해야.."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해 23명의 사망자를 낳은 화성 씨랜드 참사 현장은 어떨까.

화성시에서 추진하는 추모공간 조성사업이 수년째 미뤄지면서 당시 참사 현장은 빈 공터로 남아있습니다.

당시 사고 현장인데요 이렇게 빈 공터로 남아있습니다. 참사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인근 야자수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전혀 몰랐습니다.

[관광객]
"아.. 몰랐어요"

[관광객]
"여기가 그때 씨랜드였어요? 관광지에 역사에 관련된 내용 비문에다가 새겨놓잖아요. 처음 오는 사람들이 그거 읽어보고 아 여기가 이런 곳이었구나 상기시킬 수 있게끔 그런 시설은 혐오스럽다 생각이 안들죠."

추모공간 사업이 지지부진한 탓에 추모비는 서울 송파 안전교육체험관에 세워졌고 일반인들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사고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추모공간들. 그 목적대로 잘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봐야할 때입니다. 현장카메라 여현교입니다."

1w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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