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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맥줏집 사장의 비극…마지막까지 직원 월급 챙겼다
2021-09-13 19:33 뉴스A

서울 마포의 맥줏집 사장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게 문앞에 붙은 추모글인데 사장은 마지막까지 몰린 상황에서도 자신의 원룸 보증금을 빼서 직원들 월급을 챙겨주고 떠났다고 합니다.

20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주인이 떠나고, 추모의 발길만 이어지고 있는 맥줏집에 김승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도심의 맥줏집.

자물쇠로 굳게 잠긴 출입문에 추모글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아래엔 국화꽃 한 다발이 놓여있습니다.

지난 7일 밤 가게 지하에서 숨진 채 발견된 맥줏집 주인 박모 씨를 추모하는 꽃입니다.

23년째 이곳을 지켜온 박 씨의 가게는 단골 손님으로 붐비던 곳이었지만, 코로나19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쳤습니다.

[A 씨 / 인근 음식점 주인]
"연말에는 예약 잡기도 힘들 정도로 잘 됐었거든요 진짜로. (최근에는) 손님이 제대로 있는 걸 못 본 것 같아요."

[B 씨 / 인근 음식점 직원]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데, 없어 사람이. 문을 열면 뭐해 닫을 시간이잖아. 여는 시간에 닫아야하는 거야."

쪼그라든 매출로는 직원 월급도 줄 수 없게 되자, 박 씨는 자기가 사는 원룸 보증금을 빼서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주변 상인들은 박 씨의 절박함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C 씨 / 인근 카페 주인]
"먼저 물어보셨어요. '요즘 어때요?'라고 물었는데 '어 저희 힘들어요. 사장님 힘드시죠?' 그랬더니 '저희는 말을 하기도 어렵죠'(라고 하셨어요)."

박 씨는 퇴사한 직원들도 다시 찾아올 만큼 인심도 좋았습니다.

[이웃 가게 주인]
"나간 애들(직원)이 꼭 인사하러 오고, 와서 같이 밥도 먹는 것 같고. (직원들을) 많이 챙겼던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려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씨의 장례는 어제 마무리 됐습니다.

끝을 모르는 고강도 거리두기가 자영업자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김승희입니다.

영상취재: 임채언
영상편집: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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