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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고소에…“관할 아니다” 퇴짜 놓은 경찰
2022-07-29 19:18 사회

[앵커]
성범죄를 수사해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내러 갔는데 퇴짜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내 사건, 남의 사건 따지며 관할 구역 구분짓는 경찰의 일 처리 탓이었는데요.

고소장은 결국 다른 지역 경찰서에 우편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이혜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대학생 A씨는 지인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며 고소장을 들고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3주 동안 고민하다가 집 근처인 인천의 경찰서 문을 두드린 겁니다.

[A씨 / 성범죄 피해자]
"참고 넘어가려다가 이번에 인하대 사건도 있고 경미한 성범죄더라도 그냥 지금 넘어가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고소장을 내자 경찰관은 접수를 거절했습니다.

피해를 당한 곳이 자신들 관할 구역이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해당 경찰서 관계자 - 성범죄 피해자 지인 간 녹취]
"관할이 ○○경찰서니까 ○○경찰서로 등기 우편 보내시거나 방문하셔도 된다고 그렇게 안내를…그렇게 접수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요."

결국 A씨는 서울에 있는 경찰서에 우편으로 고소장을 보내면서 하도 기가 막혀 병원 신세까지 졌습니다.

[A씨 / 성범죄 피해자]
"'이것조차 안 도와주지' 이런 생각이 좀 컸던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서 과호흡이 와서 응급실 갔다 오고."

경찰청 범죄수사 규칙에 따르면 경찰관은 관할과 무관하게 고소, 고발 접수를 받고 이후 담당 경찰서에 사건을 이관하도록 돼 있지만 이런 절차는 모두 무시됐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우편으로 보내는 게 더 빨리 접수돼서 안내한 것"이라며 "앞으로 직원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경계가 모호한 범죄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통합수사팀'을 운영하는 등 수사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일선에선 여전히 관할 구역을 따지며 내 사건과 남의 사건을 구분 짓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이혜주입니다.

영상취재 한일웅 이락균
영상편집 조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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