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한 달도 안 남기고 물폭탄을 맞은 농민들 상심도 큽니다.
비닐하우스는 엉망이 됐고, 농작물들은 썩어서 버려야 합니다.
강경모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니다.
[기자]
분홍빛 복숭아들이 바닥에 나뒹굽니다.
최근 이어진 폭우를 이기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 겁니다.
과수원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수확의 꿈에 부풀었던 농민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김종선 / 낙과 피해 농민]
"80년 만에 온 비니까 감당 못 하겠더라고요. 떨어진 거는 상품 가치가 없다보니 폐기처분이라고 봐야죠."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여주에 내린 비는 600mm가 넘습니다.
상추를 심은 비닐하우스는 온통 물에 잠겼습니다.
어린 종묘부터 시설까지 온통 흙탕물을 뒤집어 써 못쓰게 됐습니다.
듬성 듬성 꽃은 남았지만 제대로 달린 호박은 찾기 힘듭니다.
바닥엔 물이 썩어 악취를 풍깁니다.
240mm 넘는 집중호우에 속절없이 당했습니다.
[김순애 / 침수 피해 농민]
"애 키우는 마음으로 키우는 건데 망가지니까 가슴이 아프죠. 농사를 20년째 했거든요. 이렇게 망가져 보기는 처음이에요."
한창 빨갛게 익어야 할 고추밭도 마찬가집니다.
이 고추밭은 집중 호우로 발목까지 물이 찼는데요. 수확을 앞둔 고추가 온통 누렇게 시들었습니다.
물이 빠진 논에선 드론을 이용한 방제가 한창입니다.
침수된 논은 도열병이나 흰잎 마름병같은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는 만큼 머뭇거릴 틈이 없습니다.
이 동네에서만 여의도 면적 4배가 넘는 10만 제곱미터 논밭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유연훈 / 춘천 가정1리 이장]
"보기에는 멀쩡해도 벼 이삭이 생기는 과정에서 이게 물이 들어왔다 나갔기 때문에 수확이 반절 이상 준다고 봐야죠."
김장철에 출하되는 고랭지 배추도 비상입니다.
폭염에 폭우까지 더해져 곳곳이 누렇게 변했습니다.
[이한진 / 태백농협 농산물가공사업소장]
"장마 또 고온 또 장마 이렇게 하면서 정상적으로 생육할 수 있는 조건이 못 돼서 작황이 그렇게 썩 안 좋고…"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지만, 올 여름은 유독 농민들에게 시련의 계절이 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강경모입니다.
영상취재 : 김민석 박재덕
영상편집 : 변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