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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교도소에 암매장된 남편…73살 아내의 40년 사부곡
2020-05-18 19:29 사회

이 결혼사진의 주인공이 오늘 기념식장에 섰습니다.

40년 전 소 판 돈을 받으러 광주로 떠난 남편은 이 사진 한 장과 자식 세 명을 남겨 두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70대 할머니가 된 아내의 소원은, 다시 만나는 날 남편에게 칭찬 한마디 듣는 것입니다.

공국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흰색 상복을 입은 여성이 단상에 오릅니다.

1980년 5월 21일.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진 고 임은택 씨의 아내 최정희씨입니다.

남편과 사별한지 40년.

홀로 3남매를 키우며 버틴 세월을 꾹꾹 눌러 한 장의 편지에 담았습니다.

[최정희 / 5.18 유가족 (73세)]
"맥없이 가버린 당신이 원망스러웠는데, 이제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당신이 불쌍하기만 합니다."

당시 36살이던 임은택 씨는 소 판 돈을 받기 위해 광주로 갔다가 연락이 끊겼고, 아내 최 씨는 열흘 뒤 광주 교도소 인근에서 암매장된 임씨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임 씨 죽음은 대표적인 양민학살 사건로 꼽히지만, 신군부는 폭도들이 교도소를 습격한 사건으로 조작, 왜곡했습니다.

남편을 잃은 것도 모자라 폭도의 가족으로 낙인 찍혀 산 시간들. 아들과 손자들이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버텼습니다.

[최정희 / 5.18 유가족 (73세)]
나 너무 늙었다고 모른다 하지말고. 삼남매 번듯하게 키우느라 고생 많았다고. 칭찬이나 한마디 해주세요

이제 남편과의 추억은 결혼식 때 찍은 사진 한장이 전부.

언젠가는 다시 만날 남편을 생각하며 그리움을 달래봅니다.

[최정희 / 5.18 유가족 (73세)]
"잘 있어요. 나 갈께. 나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갈 날, 옆에 갈 날이. 그때 못 알아보면 안 된다."

채널A 뉴스 공국진입니다.

kh247@donga.com
영상취재 : 이기현
영상편집 : 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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