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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메라]소 잃고 집 잃고…마음 시린 겨울나기
2021-01-20 19:45 뉴스A

소가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이 안타까운 장면, 기억하십니까?

지난해 여름 수해 당시 전남 구례 양정마을에서 소 수백마리가 떼죽음을 당했죠.

한파가 닥친 지금 주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현장카메라 권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조용한 마을에 갑작스럽게 물이 밀려들었습니다.

소는 지붕 위로 대피했고, 비닐하우스는 물에 깊이 잠겼습니다.

[안재민 /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지난해 8월)]
"눈물밖에 안 나. 소 한 마리라도 살리려고 쫓아다니고 그랬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목이 메어서….”

[권솔 기자]
"전남 구례 양정마을입니다.

지난해 여름 이곳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에 주민 대부분은 집도, 재산도 잃었는데요,

한파가 극성을 부리는 요즘 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현장으로 갑니다.”

폭우를 피해 지붕 위로 올라갔던 소는 쌍둥이를 낳았습니다.

[백남례 / 양정마을 주민]
"(지난해 여름에) 102마리 죽었어. 이 근방이 전부다 시체였지. 그 난리인데도 새끼들 아주 건강하게 많이 컸어."

하지만 아직도 살 집을 잃은 마을 주민 대다수는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허양자 / 양정마을 주민]
"내일 모레 80살이 돼가요. 돈도 없지 어떻게 살까 모르겠어. 밤을 새고 잠을 못자. 집이나 지어가지고 살다가 죽으면 소원이 없겠어."

[현장음]
"한때 집이었던 곳인데 터만 남아있습니다. 마당엔 철근 구조물이 널려있고, 담벼락이었던 빨간 벽돌이 흩어져 있습니다."

8평 남짓한 조립식 주택엔 살림살이를 놓을 공간조차 없습니다.

[현장음]
"냉장고는 흙바닥에 놓여있고, 안에는 음식이 들어있습니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한파도 걱정입니다.

[박창주 / 양정마을 피해대책위원장]
"이게 지금 수도관이거든요"

[박창주 / 양정마을 피해대책위원장]
"웃으면서 지내는 거 같아도 속에는 다 멍이 들어있거든요. (가축들) 죽어가는 그런 모습 보고 나 혼자 살겠다고….”

정부가 제공한 임시주택 50채엔 수재민 146명이 살고 있습니다.

집 지을 땅조차 없는 20가구는 공설운동장에 지어진 조립식 주택에서 숙식을 해결합니다.

빨래는 공용 세탁기 2대의 몫인데, 그나마 1대는 고장이 났습니다.

[임선옥 / 양정마을 주민]
"(차단기가 계속 떨어져요.) 고장난 지 일주일 넘었는데도 아직도."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오는 9월까진 이곳 임시주택을 비워줘야 한다는 겁니다.

[박판의 / 양정마을 주민]
"1천600만 원 보상해준다 하더라고요. 그것도 집을 다 지어야만. 빚 낼 수 있는 능력이 돼서 바로 공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죠."

주민들은 영산강 홍수통제소가 섬진강댐 물을 갑자기 방류하면서 발생한 '인재'라고 주장합니다.

[최하영 / 양정마을 주민]
"대통령이 왔다가고 장관 국무총리 다 왔다 가도 빨리 해결해 준다는 것이 누구 잘못도 아직 못 가리고 있고 울화통이 터져요."

[권솔 기자]
"최소한의 피해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

권솔 기자 kwonsol@donga.com
PD : 김종윤, 석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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