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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보다]‘구미 3세’ 아이가 남긴 혈액형의 비밀
2021-03-27 19:16 사회

뱃속에서부터 탯줄로 엮여 생사를 함께 하는 세상 유일무이한 관계가 있습니다.

엄마와 자식입니다.

세상 밖으로 나온 뒤엔 출생일자와 성별, 엄마의 이름이 적힌 '신생아 팔찌'가 둘 사이를 이어주는 또하나의 탯줄 역할을 하지요.

그런데 구미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3살짜리 여자아이는 병원에서 신생아 팔찌가 훼손돼 있었다고 합니다.

누군가 태어난 날짜와 엄마는 물론,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까지 바꾸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유력한 용의자는 외할머니인 줄만 알았던 아이의 친모입니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감추려 했던 걸까요.

Q1. 친모가 아이를 언제, 어떻게 바꿔치기했냐를 두고 의문이 많았는데, 이를 밝혀낼 단서가 잡혔다고요?

맞습니다.

최근 경찰이 숨진 아이의 언니인 김모 씨가 아이를 출산했던 병원 기록에서 '아이 바꿔치기' 장소와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잡았습니다.

김 씨가 아이를 출산한 건 지난 2018년 3월 30일입니다.

그런데 48시간 정도 지나서 신생아의 혈액형을 검사했더니, 아이의 혈액형은 김 씨는 낳을 수 없는 혈액형이었던 겁니다.

Q2. 아이들의 혈액형은 아빠 혈액형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일반적이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만, 숨진 아이의 경우에는 아빠가 어떤 혈액형을 가졌을지라도 김 씨는 낳을 수 없는 아이였습니다.

혈액형은 크게 A형과 B형, 0형, AB형이 있는데, 유전인자를 좀더 세분화해보면 Rh+를 기준으로 인간은 여섯종류의 혈액형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병원 기록에 기재된 숨진 아이의 혈액형은 A형이었습니다.

그런데 김 씨의 혈액형은 B형, 그 중에서도 BB형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어떠한 혈액형을 가진 남성과의 사이에서도 A형인 아이는 낳을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유성호 /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 교수]
"부모 중에 한 사람이 혈액형의 유전인자가 BB라면 상대방 배우자가 어떤 혈액형을 가졌든 아이는 B형과 AB형 두가지 형태로 나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Q3. 그럼 친모로 밝혀진 석모 씨의 경우엔 A형 아이를 낳을 수 있었던 건가요?

경찰 관계자, "석 씨는 낳을 수 있는 혈액형"이라고 말했습니다.

석 씨의 가족들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석 씨도 B형"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같은 B형이라 하더라도 김 씨와 달리 BO형이라면 A형인 아이를 낳을 수가 있습니다.

친부가 A형, 혹은 AB형이었을 때 가능한 일인데, 경찰이 친부를 찾는 과정에서도 주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Q4. 결국 친모가 병원에서 바꿔치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신생아실은 보통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관계자가 아니면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래서 경찰은 당시 병원 근무자 가운데 공모자가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김 씨가 병원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 중에 아이의 신생아 팔찌가 훼손된 장면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 친모가 아이를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을 집중수사하고 있습니다.

Q5. 딸인 김 씨와의 공모 가능성도 계속 나오고 있어요. 사실입니까?

현재로선 두 사람의 공모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김 씨가 아이를 버리고 나간 뒤인 지난해 10월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메시지가 복원됐는데, 석 씨는 이 때도 김 씨에게 "재혼을 해서 낳은 아이가 첫째, 즉 숨진 아이와 많이 닮았다"고 말합니다.

두명의 아이 모두 김 씨가 낳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실제 김 씨는 석 씨가 숨진 아이의 친모라는 유전자 검사결과 소식을 듣고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Q6. 회사 컴퓨터로 '셀프 출산'을 검색한 기록을 비롯해서 범행 정황을 뒷받침할 증거들이 계속 나오고는 있는데, 석 씨는 어떤 반응입니까?

심경에 약간의 변화를 보이기는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번주 초에 4번째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는데, 결과가 나오려면 최장 한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구속기간 만료일이 다음달 5일이니까, DNA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어떻게든 자백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결정적 증거 확보와 함께 석 씨의 심리선을 무너뜨리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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