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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보다]‘예명’으로 통했다…은밀한 성매매 조직
2021-05-29 19:21 뉴스A

[영화 '도둑들']
"(여기 '씹던 껌' 모르지?) 내가 언니를 왜 몰라…"
"예니콜, 잠파노. 너희가 오늘 한 팀이다."
"예니콜 조심하고. 자. 레디, 액션!"

영화 '도둑들'의 한 장면입니다.

예니콜, 잠파노, 그리고 씹던 껌.

카지노를 털기 위해 뭉친 일당은 '이름'이 아닌 '예명'을 부릅니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참치, 리치, 비비, 그리고 으뜸이 일명 '세종대왕'을 중심으로 뭉쳤습니다.

'성매매'라는 은밀한 영업을 위해서 말입니다.

Q1. 성매매 조직이 '기업형'으로 운영됐다는 게 놀랍습니다. 콜센터까지 차려놨다고요?

맞습니다.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조직원 등만 16명입니다.

이중 6명이 구속됐는데, 가장 큰 특징은 철저히 역할을 나눠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겁니다.

'세종대왕'이라는 예명을 쓴 30대 남성 총책을 중심으로 해서 일명 '마마'라고 불리운 성매매 알선 에이전시들이 동남아시아 여성들을 소개했고, 조직원들은 이 여성들을 고용해서 성매매를 해왔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습니다.

경기도 용인과 이천, 군포, 의정부 지역 등에서 오피스텔 49개를 빌려서 성매매 영업을 해왔는데 24시간 콜센터까지 운영하면서 성매매 예약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를 통해 성매매 장소와 시간 등을 안내했는데, 성매매 알선 사이트엔 이용후기를 거짓으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Q2. 성매매 여성들을 알선한 에이전시가 동남아에만 여러 곳이었다면서요. 어떻게 연결이 된 거죠?

지난해 8월부터 성매매에 동원된 동남아시아 여성만 8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총책인 '세종대왕'이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여행사를 운영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행사를 하면서 알게 된 성매매 알선 에이전시들을 통해서 태국과 베트남 여성들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3월, 경찰이 콜센터에 들이닥쳤을 때도 조직원들은 여성 1명의 면접을 보고 있었습니다.

[한광규 / 경기남부경찰청 생활질서계장]
"코로나19 시국 때문에 유흥업에 종사하는 외국 여성들이 일자리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성매매로 쉽게 빠져들어올 수 있었고요. 성매매 알선한 조직들이 언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이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 여성들을 주로 고용했습니다."

이들은 또 성매매 여성들의 임신 가능성에 대비해서 사후피임약을 복용시키기도 했습니다.

Q3. 상업·주거시설인 오피스텔에서 대규모로 성매매를 해왔다는 얘기인데, 그동안 어떻게 안 걸릴 수 있었던 거죠?

이들의 범행, 주도면밀했습니다.

총책을 '세종대왕'이라 불렀다고 말씀드렸는데, 다른 조직원들도 '으뜸' '참치' '비비' 등과 같은 예명을 사용하면서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습니다.

텔레그램 같이 해외에 서버가 있는 SNS만 사용했고, 근무교대 시간에는 성매매와 관련한 모든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을 삭제하도록 했습니다.

특히나 경찰 단속에 대비해서 성매수자의 신상정보는 외장 하드디스크에 따로 보관했는데, "경찰이 출동하면 하드디스크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라"

"물이 든 양동이에 넣어서 자료를 폐기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행동강령까지 만들어놨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Q4.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얼마나 되는 겁니까?

조직 운영계좌에서 발견된 범죄수익만 5억 2천만 원이었습니다.

경찰은 그동안 벌어들인 돈의 극히 일부인 것으로 보고 있는데 단속 당시, 콜센터에서 압수한 현금만 해도 3천만 원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돈이 단 이틀동안 벌어들인 수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포통장 등을 통해서 훨씬 더 많은 돈을 은닉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철저히 현금거래만 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성매매 대금을 받으러 갈 때는 헬멧을 쓰고 음식배달 업체 조끼를 입어서, 신분을 위장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Q5. 경찰이 이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까지 적용하기로 했다면서요?

성매매 사건에서는 처음으로 성매매 알선 혐의 뿐 아니라, 범죄단체조직죄까지 적용하기로 한 겁니다.

'조직적인 범행'이었다고 판단한 건데, 가중처벌을 받을 경우엔 기존 성매매 알선 혐의에 비해 형량이 확연히 늘어나게 됩니다.

Q6. 성매수자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경찰은 조직원들이 보관중이던 데이터베이스에서 성매수자 1만 3천명의 명단을 확보했습니다.

성매수 남성들의 연락처와 간단한 특징 등이 적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성매수자들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방침입니다.

성매매 사실이 확인될 경우 성매수자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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