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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씨가 컴퓨터에 나왔네”…‘칠곡할매글꼴’ 열풍
2021-05-29 20:00 뉴스A

제 뒤로 보이는 글씨체, 어린 아이들이 썼을까요.

삐뚤빼뚤 서툰 느낌이 들지요.

누가 썼는지 아시면 먼저 깜짝 놀라실 거고요. 또 그 사연까지 듣고 나면 감동하실 겁니다.

배유미 기자입니다.

[리포트]
이원순 할머니가 연필로 글자를 꾹꾹 눌러씁니다.

삐뚤빼뚤한 글씨 속에 할머니의 지난 삶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이원순 / 칠곡할매 글꼴 원작자]
온 책에 이름을 자꾸 쓰니까 억수로 참하데. 글씨를 내가 써도 맨 첨에는 삐딱하게 되더니 , 점점 더 참해져요.쓰다보니까.

칠곡군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깨친 할머니는 4백 명,

칠곡군은 개성있고 아름다운 글씨체 5개를 뽑아 할머니들의 이름을 딴 '칠곡할매글꼴'을 만들었습니다.

군수는 할머니들의 손글씨로 명함을 만들었고, 지역 주민들도 글꼴 알리기에 나섰습니다.

[배유미 기자]
("도시락 준비 다 됐습니다.")

"이곳 도시락은 칠곡 할매 글씨체로 쓴 편지를 붙여서 판매합니다. 이런 주민들의 성원으로 지역 곳곳에서 할머니들의 글씨를 만날 수 있습니다. "

[신혜경 / '칠곡할매글꼴' 이용한 상인]
"지역 할머니들의 노력과 애정으로 만들어진 글꼴에 정감이 가고 널리 알려졌으면 해서. 지역주민들의 문의가 많이 오구요."

글꼴이 유명세를 타면서 경주 황리단길엔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대형 글판이 내걸렸고, 칠곡할매글꼴로 만든 표구와 글꼴이 국립한글박물관에 영구보전됐습니다.

컴퓨터 문서작성 프로그램에도 할머니 글꼴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할머니들의 굴곡진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글꼴이 많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이원순 / 칠곡할매 글꼴 원작자]
(컴퓨터에도 나오고 핸드폰에 할머니 글씨체가 나온데요)
공부가 뭐고, 학교가 더 뭐고, 돈이 없어 공부를 못 배웠어. 눈물이 나요. 이거는 참하다, 내 이름.

채널A뉴스 배유미입니다.

yum@donga.com

영상취재 : 김덕룡
영상편집 : 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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