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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 다시 간다]‘별들의 무덤’ 오명 쓴 ‘오리발 귀순’
2021-12-26 19:52 사회

채널A는 개국 10주년을 맞아 특종 보도 그 이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바닷 속을 헤엄쳐 귀순한 이른바 '오리발 귀순사건'

이 사건으로 군 간부들 징계가 이어지면서 22사단은 '별들의 무덤'이라는 오명까지 썼는데요.

당시 최초 보도했던 강은아 기자가 다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월 16일 앵커멘트]
"9년 전 노크 귀순으로 뚫렸던 이 곳, 육군 22사단이 또 뚫렸습니다."
 
북한군이 MDL, 즉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으로 귀순을 시도한다면, 루트는 서부전선, 중부전선, 동부전선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누어집니다.

그 중 최근 육지와 바다가 모두 뚫리며 우리 군의 경계 태세에 구멍이 드러난 곳은 바로 이곳, 동부전선입니다.

지난 2월 15일 깊은 밤,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한 채 목숨을 걸고 차가운 겨울바다에 뛰어든 A씨.

6시간 정도의 사투 끝에 A씨는 결국 군사분계선을 넘어 강원도 고성 땅을 밟습니다.

새벽 1시쯤, 착용한 잠수복과 오리발을 벗어놓고 해안을 따라 걸어 내려온 A씨는 제진검문소 바로 옆 숲 속에 낙엽을 덮고 누워 있다가 붙잡혔습니다.

오전 7시 반쯤이었습니다.

군사분계선에서 이곳 제진검문소까지의 거리는 8km.

이곳까지 내려오면서 우리 군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제지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는 민간인이 거주하는 마을이 있습니다.

[김성윤 / 강원도 고성군 명파마을 주민]
"아이고, 여기서 있다 보면 (귀순한 북한군) 많이 붙잡아요. 다리 건너 산 밑에 거기서 작년 봄인가 하나 붙잡았잖아."

[권모 씨 / 강원도 고성군 명파마을 주민]
"그 때는 무서웠죠, 비상 걸리고 그러면 밤에도 총소리 나고 낮에도 총소리 나고 그런 많은 무서움이 있었고. 나도 처음에는 많이 울었어요. 무서워서."

현재 하나원 퇴소 후 대학 진학을 위해 입시 공부를 하고 있는 '오리발 귀순' A씨.

그런데 지난 6월 말 하나원 간담회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합니다.

"국군에 잡히면 북송되는 줄 알고 군부대를 피해 숨어다녔다"며 "남한에 숨어 살려 했다"고 말한 겁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019년 귀순한 북한 어부 2명을 살인 혐의가 있다며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했습니다.

[도희윤 /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탈북이라는 그 말 자체는 죽음이라는 단어와 같이 갑니다. 북송된다, 죽은 목숨인 거죠."

북한은 강제북송을 정치 교육에 활용합니다.

[도희윤 /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우리 법으로 처리를 하면 되는 겁니다. 그들을 다시 북한으로, 죽음의 구역인 북한으로 다시 돌려보낸다, 그것은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내가 북송되면 가족이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들을 옥죕니다.

[강미진 / NK투자개발 대표(2010년 탈북)]
"내 나라를 버리고 갔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건 처벌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많다는 거죠. 본인은 물론이고 가서 친척, 다 걸려들겠죠. 그런 상황에서 한 사람으로 인한 수십 명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노크귀순, 철책귀순, 배수로 월북 등에서 보듯 경계 실패도 꼭 짚어야할 대목입니다.

군은 이런 사건이 터질때마다 장비 탓을 하며 과학화 첨단화를 얘기합니다.

[서 욱 / 국방부 장관(지난 2월)]
"그들이 실수하지 않도록 하는 더 좋은 장비를 어떻게 보강해줄 것인가 하는 미래의 과학화 체계를 조금 더 연구를 해 나가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중국산 짝퉁' 해안 감시장비는 업체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육군은 "기능에 문제가 없다"며 여전히 같은 장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저 사건이 터지면 당시 사단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만 쏟아져 22사단은 '별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강은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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