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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폐가 되거나 포기하거나…반지하의 굴레
2023-02-21 19:34 사회

[앵커]
지난 여름,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세 명이 숨졌습니다. 

사고가 난지 반 년이 흘렀지만 반지하 주민들 침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건 여전한데요.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반지하 주택의 창틀이 뜯겨져있고, 집 안엔 흙탕물이 어른 키 높이 만큼 차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이 곳에 살던 일가족 세 명이 폭우에 침수된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습니다.

[사고 주택 주민]
"(물이) 위까지 다 차버렸어. 물이 차니까 못 나오는 거지. 압력 때문에."

6개월이 지난 지금 사고가 난 반지하집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창문엔 합판이 덧대어졌고 문이 없는 출입구는 나무 판자로 막아놨습니다.

집이 6개월 넘게 방치되자, 보다 못한 주민들이 임시조치를 해둔 겁니다.

[사고 주택 주민]
"거기가 우리 입구잖아요. 밤에 껌껌할 때 들어오면 거기가 벙하니 무섭고, 고양이들 들어가서 난리고. 누가 또 들어올 것 같고 못된 애들, 밤이라도."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반지하 세대 옆집입니다.

문짝은 뜯어져있고 나무판자들은 아무렇게나 쌓여있는데요.

폭우가 일어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시간은 그때 그대로 멈춰 있습니다.

집주인은 또다시 침수될까 두려워 다른 곳에 세를 얻어 살고 있습니다.

[침수 피해 반지하 주민]
"싱크대 빼고 한 3천500만 원 견적이 나오더라고. 그런데 그걸 들여 수리한다고 해도 물이 또 들어올까 무서워서 못하고 있는 거예요."

올 여름도 마땅한 침수대책은 없는 상황.

도림천에 배수터널을 건설하는 계획도 2027년 완공이 목표입니다.

반지하 주택에 설치된 물막이판입니다.

침수 때 빗물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침수가구 5100여 곳 가운데 600여 곳에 설치하는데 그쳤습니다.

[관악구청 관계자]
"건물주 동의를 받아야 돼요. 저희가 강제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건물주마다 달라요, 의견이."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을 매입해 비주거용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올해 반지하 매입 목표 1000호 가운데, 매입이 결정된 건 14호 뿐입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
"저희가 무조건 문 두들기면서 집 팔라고 할 수도 없고 하는 거니까 그게 그렇게 빠르게 추진되고 있지는 않지만 추진은 계속 진행 중인 걸로…"

지상 주택으로 이사하면 2년 동안 한달에 20만 원을 지원해주는 반지하 바우처 제도도 실제 지원 받는 건 144가구가 전붑니다.

[반지하 주민]
"(혹시 반지하 바우처라고 아세요?) 그런 거 모르는데요. (여기 피해 없었어요?) 전부 다 침수된 덴데."

[반지하 주민]
"(지상이랑) 보증금도 많이 차이 나고요. 월세도 그렇고. 가스 요금까지도 달라요. 여기에서 2만 5천 원 쓰면 지상에 가면 5만 5천 원을 써요."

이들이 반지하의 굴레를 벗어나기엔 지상의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사고 주택 주민]
"대통령이 왔다 가면 뭐하고 국회의원이 왔다 가면 뭐하고 구청장이 왔다 가면 뭐 하냐고. 왔다가 가면 끝나는 거지. 선거용이야 뭐야? 답답한 거지 뭐, 주민들이야."

봄도 아직 안 왔는데, 반지하 주택 주민들은 다가올 여름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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