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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죽어도 된다는 건가요”…요양병원의 절규
2020-12-29 19:21 뉴스A

재난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고 했던 말이 실감납니다.

K-방역의 또 다른 사각지대, 요양병원입니다.

코로나 초기 바다 위에 격리됐던 일본 크루즈선 같다는 절규가 나올 정도입니다.

환자들은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숨져가고 의료진들은 방호복 뒤에 '가족처럼 챙기자'는 말을 적으며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서채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동일집단 격리 중인 구로구 요양병원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지금까지 175명.

이 가운데에는 간호사 9명도 있습니다.

의료진과 간병인들이 잇따라 감염되면서 환자를 돌볼 인력도 부족합니다.

병원에 남은 의료진들은 50여 명의 확진자를 돌보느라 힘겨운 하루를 보냅니다.

전신을 감싸는 방호복을 입는 탓에 등 뒤에 이름을 써 붙여 서로를 알아봅니다.

이름 밑에 '챙기자 가족처럼'이라고 손글씨를 써놓고, 지쳐가는 몸과 마음을 다잡습니다.

휴식시간이라곤 땀에 젖은 방호복을 갈아입는 순간 뿐입니다.

과로에 쓰러져도 회복하는 대로 병동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요양병원 수간호사]
"간호사 선생님 한 명이랑 같이 근무하고 있고요. 24시간 풀타임으로 근무하고 있고, 어젯밤에도 5분 정도 잔 게 다입니다."

욕창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가 대부분인데, 의료인력은 하루하루 지나면서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요양병원 수간호사]
"기저귀 갈고 체위 변경하고 약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번 아웃(탈진)이 된 상태고 지금 직원들 확진자가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저도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 의료진은 요양병원 상황을 바다 위에 격리돼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진 일본 유람선에 빗댑니다.

[요양병원 의사]
"결국에는 유람선이나 똑같은 거고. 문제는 그 안에서 음성자가 양성으로 계속 바뀌고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고…"

지원 대책이 없는 격리는 사실상 방치라는 겁니다.

[요양병원 의사]
"(그제) 돌아가신 분은 일주일 동안 병상 배정해 달라고 계속 얘기했던 분이에요. 코호트 격리는 방치나 다름없어요. 노인들은 죽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추가 감염을 막으려면 확진자를 중증 병상으로 옮기는 게 절실한 상황.

서울시는 병상은 있지만, 치료와 돌봄 인력이 동반된 병상 확보가 어려워 이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구로 요양병원에는 환자를 돌볼 간호사 5명을 우선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채널A 뉴스 서채리입니다.
seochaeri@donga.com

영상취재: 장명석
영상편집: 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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