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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최악 산불 1년…“바위도 나무도 겁나요”
2023-02-28 20:00 사회

[앵커]
이런 산불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1년 전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에서 난 산불 때 실감했습니다. 

무려 213시간 계속된 역대 최장기간 산불로 인해서, 많은 이재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지금은 어떨지 다시간다, 이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빨간 불꽃이 보입니다.

불길은 강풍을 타고 금세 온 산을 뒤덮었습니다.

50년 공들여 가꿨던 울진 송이 서식지는 잿더미로 변했고, 평화롭던 해변가 마을은 전쟁터처럼 변했습니다.

그후로 1년.

민둥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

산불로 집을 잃은 전종협 씨는 1년 가까이 25제곱미터 8평짜리 조립식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원래 살던 집은 공터로 변했습니다.

[전종협 / 경북 울진군]
"여기가 이제 우리가 불나기 전에 살던 터거든. 너무 허망하지. 내 모든 게 다 없어져 버렸으니까. 하루아침 순식간에."

이 마을 26집 가운데 19집이 불에 타 사라졌습니다.

[김옥선 / 경북 울진군]
"맨날 생각하면 집이 눈에 환하고. 자꾸 생각하면 눈물 나고. (얼마) 살지도 못하고 죽을 건데 집이나 얼른 지어서 죽었으면 좋겠다."

울진군이 마을 복구를 위해 소방도로를 깔고 대지를 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타지역에 사는 땅 주인들의 반대로 첫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울진군청 관계자]
"어떤 사람은 또 도로로 내줘야 되고. (토지) 면적이 줄어들다 보니까 동의 받는 데 좀 어려움이 있거든요."

울진과 도로 하나를 경계로 강원 삼척으로 나뉘는 고포마을.

가정집 주변에 커다란 바위들이 놓여있습니다.

산불 4개월 뒤, 산에서 떨어진 것들입니다. 

[원관희 / 경북 울진군]
"나무가 바위를 감싸고 해서 이게 든든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거 다 타버렸어. 이게 언제 굴러떨어질지도 몰라요. 잠을 못 자요."

잿빛이 된 산림 생태는 복원에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불에 탄 산등성이에서는 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불에 탄 나무를 그대로 두면 비가 많이 올 때 쓸려 내려 와 민가를 덮칠 위험이 있습니다.

[울진군 산림 조합 관계자]
"나무가 죽었기 때문에 뿌리에 이제 힘이 없어서 나무가 나중에 전도돼서 생활권 주변에 또 2차 피해도 있고…"

산주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해야 하다 보니, 산불 피해 면적 중 벌채 작업이 진행 중인 곳은 2.5%에 불과합니다.

화재 원인은 미궁에 빠졌습니다.

울진 산불 최초 발화 지점입니다.

당시 산불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꽂아둔 표식이 남아있는데요.

1년이 지났지만 수사는 여전히 답보 상태입니다.

[울진군 특별사법경찰 관계자]
"가장 많이 나왔던 의견이 그거죠. 지나가는 차량에서 담뱃불을 던지지 않았나. 증거물이 나온 게 없습니다. 조만간 기소 중지를 할 생각입니다."

다시 새 봄을 맞이하고 있지만, 화재원인 규명도, 피해 복구도 갈길이 멉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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