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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절대 평가’ 웃는 사교육 1번지
2017-08-20 19:29 뉴스A

무한경쟁을 없애겠다며 정부가 수능 절대평가 확대 방침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반응은 기대와 많이 다릅니다. 사교육 시장은 더 커지고 있고, 1시간에 20만 원이 넘는 진로 컨설팅도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더 깊은 뉴스, 김유림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에서 열린 입시 설명회. 정부가 발표한 수능 절대평가 확대 방침에 학생들은 혼란스럽습니다.

[ 홍경인 / 고교 1학년]
"전과목 절대평가가 늘면 대학별 본고사가 늘어난다. 재수하면 망한다."

[박채린 / 중학교 3학년]
"수능절대평가로 바뀌면 실력에 비해 격차가 줄어드니까 그걸로 갈 수 있는 대학 정시 비율이 줄어든다고…."

정부는 수능이 무한경쟁을 촉발한다며 지속적으로 비중을 줄여왔습니다. 수능의 영향력이 줄면 그만큼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명분도 내세웠는데요. 그럼 정부의 말대로 사교육이 줄었을까요.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 거리.

내신 과목 위주로 재빨리 변신한 학원들은 새로운 호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남 대치동 입시학원 관계자]
"영어학원 30만 원 빠진다고 해서 학부모가 그 돈을 아껴 저축을 하겠습니까? 컨설팅 업체를 찾아갈 수도 있고."

[서울 강남 A고교생 학부모]
"영어 내신학원이 박 터져요. 내신 1, 2등급 차이가 대학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가는데 중요한 키가 되기 때문에."

내신 경쟁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경기 B고교 학부모]
"내신이 어디까지 왔냐면, 선생님이 새로 왔어. 이 선생님이 어디서 근무했는지 학원가에서 조사를 하는 거예요. 시험의 스타일을 알아내는 거예요. 그 학교 가서 내신 시험지를 입수해. 이 선생님이 어떻게 시험 문제 냈는지 분석해."

[C고교 학부모]
"중학교때부터 공부를 하는 애 교과서는 빈번하게 사라져요, 훔쳐가요.

[D고교 학부모]
"가방에다 자물쇠. 꼭 집어넣어라."

내신 강화와 함께 도입한 학생부 전형도 매한가집니다.

동아리나 봉사 활동 등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금수저 전형'으로 전락했습니다.

[E고교 학부모]
"자율동아리를 부모들이 만들어주는 거예요. 책 읽어보고 책 정하고, 토론할 주제를 다 뽑으시고 보고서도 만드시고. 나중에 그걸 동아리 선생님한테 취합해 드리고"

[서울 강남 F고 3학년 담임교사]
"학생부가 좋은 학생은 학생부가 20페이지 가까이 되거든요. 디테일한 묘사까지 해서. 좀 더 가능성 높은 학생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학생들의 진로를 대신 결정해주는 신형 컨설팅도 등장했습니다. 한 시간에 20만 원이 넘지만 예약조차 잡기 힘듭니다.

[조창훈 / 학습컨설팅업체 대표]
"공부 싫어하나봐? 공부 싫어하는데 왜 자꾸 공부해서 대학가려고 하는 거야?" "체대를 준비해볼 것이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서울 강남 G고교 1학년]
"제가 몰랐던 점을 하나씩 콕콕 짚어 주시니까. 괜찮았던 것 같아요. 많이 알고 가는 거 같아요 많이 도움이 된 거 같아요."

내신과 학생부 강화가 일반계 고등학생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도 허점 투성입니다.

지난해 서울대 입시에서 상위 50개 고등 학교 중 일반고는 단 13곳. 이 가운데 비강남권은 6곳에 불과했습니다.

지역 명문고 상당수가 합격자를 내지 못했지만 서울의 한 자사고에서는 졸업생 4명 중 한명이 서울대 수시전형에 합격했습니다.

[임성호 / 하늘교육 종로학원 대표이사]
"내신이 중요했으면 비강남권 학교의 서울대 합격자수가 수시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비례해서 늘어나야 하는 게 상식적인 건데. 일반고, 지역고에 유리한 전형이다? 안 맞죠."

내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습니다.

올해 서울 강남 지역 신입생 100명 중 2~3명이 석달도 안돼 학교를 떠났습니다.

[고교 자퇴생(18살)]
"시험도 어려운데 애들이 잘 하니까 등급이 너무 낮게 나오는 거예요. 등급 받았을 때 좌절했거든요, 많이 대학 갈 수 있을까 생각도 하고."

성적 줄세우기를 막겠다며 도입한 절대 평가 확대 방침이 학생들을 더 힘들게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윱니다.

[경기 H중학교 3학년]
"모든 시험을 다 잘봐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너무 부조리해요. 너무 힘들어요. 수능이 제일 공정한 시험인 것 같아요."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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