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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이 간다]악취 때문에 미움받는 착한 은행나무
2019-10-29 20:18 사회

아름다운 단풍길의 낭만에 심취했다가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악취에 기분이 나빠질 때가 있죠.

은행나무 열매 때문인데, 가을마다 소동을 일으키는 은행나무 문제를 '김진이 간다' 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진>
우리나라 곳곳에 많이 심어있는 은행나무.

이 은행나무는 병충해에 강하고 공기 정화 능력이 탁월해 가로수로 많은 사랑받는 나무입니다.

그런데, 이 은행나무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가을철이면 골칫거리라고 하는데요.

어떤 단점인지 제가 직접 취재하겠습니다.

공원과 길가에 늘어서 가을 정취를 풍기는 은행나무.

하지만 문제는 열매입니다. 거리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는 언젠가부터 골칫덩이로 전락했습니다.

코를 찌르는 냄새 때문인데 냄새의 원인은 껍질에 있는 은행산과 빌로볼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초등학생>
"악! 새 신발인데 (은행) 밟았어!" 

<시민>
"엄청 냄새나요 (은행) 밟고 집에 들어가면 씻어야 해요. 신발 다 닦아야 해요"

<시민>
"차에 타면 차에서도 냄새가 나요" 

은행나무 주변 상인들도 악취와 바닥에 눌어붙은 찌꺼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습니다.

<시민>
"조심해라 은행! 아우!" 

손님이 발길을 돌릴까봐 치우고 또 치워보지만 그때뿐입니다.

<가게 상인>
"이렇게 쓸고 돌아보면 (은행이) 이 정도 또 떨어져 있으니까" 

환경미화원도 덩달아 바빠집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를 해보지만 무용지물.

<환경미화원>
"아침에 깨끗하게 쓸었는데 또 이렇게 떨어져 있잖아요. 눌어붙어서 굳어 버리면 쓸리지 않아요." 

은행 열매의 악취는 어느 정도일까. 암모니아 냄새를 측정하는 기계로 재보니 280이 나옵니다.

<김진>
"그럼 길거리 하수구에서는 (악취 수치가) 얼마나 측정될까요? 은행 열매와 비교해 바로 측정해 보겠습니다." 

은행 냄새가 하수도 악취의 두배가 훨씬 넘는 수치입니다.

가을마다 반복되는 냄새 전쟁 때문에 전국 지자체도 비상입니다.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나무를 흔들어 털어버리는 작업이 한창인데요.

<은행 열매 털기 작업자>
"장대로 하다 보면 나뭇가지가 부러지기 때문에 기계로 흔들어서 (열매를) 따기 시작한 거예요" 

기계로 진동을 일으키자 열매가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집니다.

한 그루 당, 50킬로그램이 넘는 은행이 나옵니다.

은행이 열리는 암나무를 아예 뽑아버리고 수나무나 다른 종류로 바꾸기도 합니다.

<수종 교체 작업자>
"느티나무로 수종을 바꾸는 거예요" 

은행나무 한 그루를 교체하는데 드는 비용은 보통 100만 원이 넘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전국의 은행나무를 교체하는데 57억 원이 사용됐습니다.

<시민>
"국민의 세금이 많이 나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암나무 교체가 세금 낭비라는 지적에 다른 방법을 택한 곳도 있습니다.

은행나무에 그물망을 설치해 열매를 받아 냅니다.

<은행 열매 수거 작업자>
"(은행을) 밟지 않으니까 악취가 별로 나지 않아서 주민들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적은 비용에 악취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재준 / 경기 고양시장>
"작년에는 (은행나무) 200여 그루를 옮겨 심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들고요. 나무와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 우산 형태의 그물망을 채택해서 시험 가동 중입니다."

악취 때문에 길거리 왕따가 된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그러나 매연을 줄여주는 고마운 친구입니다.

마구잡이로 뽑아내기보다는 시민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김진이 간다. 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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