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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보다]뇌출혈 아버지 ‘간병 살인’ 아들은 ‘패륜아’였을까?
2021-11-13 19:39 뉴스A

지난 어버이날, 119로 한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를 숨지게 한 건 신고자인 아들이었습니다.

그는 존속살해 혐의로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아버지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 '패륜아'라고 손가질을 했습니다.

존속살해, 용서받지 못할 중대한 범죄입니다.

하지만 쌀값조차 없었던 22살 청년이 24시간 병든 아버지를 돌봐야 했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던 걸까요.

Q1.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됐다고요?

맞습니다.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면서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건 지난해 9월입니다.

당시 55살이었는데,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 혼자서는 거동을 할 수 없었고, 정상적인 음식섭취가 불가능해서 코에 호스를 연결해
 치료식을 주입해야 하는 상태였습니다.

대소변도 가릴 수 없었는데, 하지만 아들은 한달에 몇백만 원 씩 하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7개월 만인 지난 4월 23일 결국 아버지를 퇴원시켰습니다.

하지만 퇴원 후에 하루 3차례 주입해야 하는 치료식을 1주일에 10번밖에 주입하지 않았고 물조차 주지 않아서 퇴원 보름만에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Q2. 방치해 숨진 것도 살인이라고 본 거군요?

그렇습니다.

법원은 "전적으로 아들의 보호를 필요로 하던 아버지를 숨지게 할 마음을 먹고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면서 "패륜성에 비춰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Q3. 병원비 때문에 아버지를 퇴원시켰다고 하잖아요. 아들은 성인이었습니다. 돈 벌 생각은 안했던 건가요?

사실 지난해 군입대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입대를 미뤘다는데, 일자리를 구하려고 했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편의점 사장에게 사정사정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긴 했는데, 지난해 9월부터 퇴원할 때까지 나온 병원비만 2천만 원이었습니다.

작은아버지가 자신의 퇴직금을 중간정산한 돈으로 병원비 일부를 보태주긴 했지만, 22살 청년에겐 역부족이었습니다.

"나도 더이상은 도움을 주기 힘들 것 같다"는 작은아버지의 말에 퇴원을 결심했던 겁니다.

Q4. 아버지를 돌봐줄 다른 가족은 없었던 거예요?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면서 아버지와 아들은 단둘이 보증금 1천만 원에 30만 원짜리 월세방에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퇴원을 할 무렵엔 병원비를 갚느라 세달치 월세가 밀리고 인터넷은 물론 도시가스까지 끊긴 상황이었는데,

쌀값이 없어서 주변에 "2만 원만 빌려달라"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5. 아버지가 숨기지 전 아들에게 남긴 말이 있다면서요?

재판과정에서 아들은 5월 초쯤, 아버지가 자신을 마지막으로 불러서 "미안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라" "이젠 내 방에 들어오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아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아버지와 비슷한 병으로 세상을 떠난 친할머니를 장지에 묻고 오면서 아버지가 "내가 이렇게 되면 치료하지 말고 그냥 두라"고 한 적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버지가 최근에 이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선 경찰과 검찰의 수사과정,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아들의 진술이 오락가락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다만, 어린 나이에 경제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기약없이 아버지를 간병해야 하는 상황을 겪게 되자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보고, 존속살해 권고형량보다 낮은 수위의 형량을 선고했습니다.

Q6. '간병살인',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극을 막을 방법은 없었던 걸까요?

전문가의 얘기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석재은 /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 친구는 공적기관에 도움을 청하려고는 전혀 하지 않았더라고요. 어려운 형편 속에서 퇴원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 시스템을 연계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 역할이 없었다는 거예요. 연계가 됐으면 아마 긴급복지지원 제도도 얘기를 했을 것이고, (아니면) 좀 더 입원을 오래 할 수 있도록 했다든지…."

환자는 물론, 가족들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추적 시스템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지만 몰라서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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