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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인생 최고의 도전 성공한 ‘암벽 여제’
2017-05-20 19:47 뉴스A

오늘 하루, 화제의 주인공은 여자 클라이밍 김자인 선수였습니다.

555m, 국내 최고 높이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올랐는데요. 인생 최고의 도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유승진 기자가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그녀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세계를 정복한 '암벽 위 발레리나' 김자인. 세계랭킹 1위를 여러번 휩쓴 그녀, 또 한번 세상을 향해 거친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바로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555m, 123층의 롯데월드 타워를 맨손으로 오르는 겁니다.

열흘도 채 남지 않은 날, 김자인은 빌딩 곳곳을 둘러봅니다. 걱정어린 시선이 묻어나지만, 베테랑답게 벌써 올라갈 자세가 그려집니다.

잡고 오를 버티컬 핀도 만져보고,

[김자인] 
"떨리죠. 이정도 높이. 안 쉬고 500m를 올라간다는게 저한테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하는 도전이니까."

완등 깃발을 흔들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봅니다. 내려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 하지만 막상 올라오니 걱정보단 도전의식이 불타오릅니다.

[김자인]
"너무 힘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보고 나니까 빨리해보고 싶어요."

"도전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곳에서 김자인 선수가 아주 특별한 훈련을 진행중이라는데요. 제가 직접 한번 찾아가보겠습니다."

555m를 정복하기 위해 지구력 끌어올리기에 한창입니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자신과 싸워온 그녀의 지난 17년 클라이밍 인생. 항상 가볍게 오르는 것 같지만, 매번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지독한 고통을 참아냈습니다.

153cm의 작은 체구, 긴 팔과 다리가 클라이밍엔 유리하지만 그녀의 노력으로 모든걸 극복했습니다.

김자인 가족은 3남매가 다 클라이밍 선수로 오빠인 김자하가 2007년부터 코치를 맡고 있습니다.

[김자하 / 김자인 코치]
"자인이는 운동선수로서 몸에서 타고나고 이런 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키도 작고. 그걸 다 자기 노력으로 극복하거든요"

마디마디가 굽어있는 발가락은 지난 세월을 말해줍니다.

[김자인]
"운동화는 230 정도 신는데, 암벽화는 200~205를 신고 있거든요. 암벽화 안에서 발가락이 완전히 구부러진 형태로 하는거기 때문에."

6년 전, 세계를 제패하며 세상을 놀래켰지만 갑작스런 유명세는 슬럼프를 불러왔습니다.

[김자인]
"내 성적만으로 판단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회에 나가기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거든요."

오롯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선 그녀는 이번 도전으로 세상에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습니다.

[김자인]
"힘든 시기에 있는 그런 청춘 여러분들과 또 많은 분께 조금이라도 더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자인]
"훈련 잘마치고 컨디션 조절 잘해서 토요일날 꼭 완등하도록 하겠습니다. 파이팅!"

"마침내 도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이곳을 오를 김자인 선수, 과연 완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마음을 다잡고, 암벽화 끈을 질끈 동여매는 김자인. 시작부터 함께한 오빠 김자하, 안전핀을 채워주며 동생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드디어 내딛은 발걸음. 여제답게 힘찬 몸짓으로 버티컬 핀을 잡고 하늘로 향합니다.

자일로 불리는 밧줄을 몸에 묶었지만 이는 안전장치에 불과할 뿐 자일에 의지않고 순전히 맨손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한 팔 한 팔, 한 다리, 한 다리…. 베테랑 답게 페이스 조절을 해가며 오릅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지만, 특유의 웃음어린 미소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태양은 점점 뜨거워지고, 핀의 크기는 점점 작아집니다.

안전 밧줄이 있다지만, 보기만해도 아찔한 자세까지 연출되는 상황. 다시금 스스로에 집중해 봅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암벽 위 험난했던 길목도 씩씩하게 터왔던 그녀기에 결코 두렵지 않습니다. 마침내 다다른 정상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높이지만 핀을 안고 한걸음씩 씩씩하게 내딛습니다.

2시간 29분만에 오른 정상. 김자인은 씩씩하게 웃습니다.

"네, 지금 제 뒤로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 선수가 드디어 555m 정상에 올랐습니다. 클라이밍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그야말로 감격스런 순간입니다."

남편과의 진한 포옹, 힘차게 깃발을 흔들어 봅니다. 완등 후에야 꼭꼭 숨겨뒀던 다짐도 꺼내놓습니다.

[김자인]
"제가 제 다짐을 했어요, 1m를 올라갈 때마다 만원씩 기부하고 싶어서. 555만원을 기부할 수 있게 돼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국민의 꿈을 안고 555m를 오른 그녀의 눈부신 도전은 오늘 하루 대한민국 곳곳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나의 작지만 긴 오름짓으로 어려운 친구들을 조금이나마 도울수있었으면 좋겠다." - 김자인-

채널A 뉴스 유승진입니다.

유승진 기자 promotion@donga.com
영상취재 : 한일웅
영상편집 : 장세례
그래픽 : 안규태 권현정 조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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