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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도심 속 ‘유령 아파트’ 느는 까닭
2018-02-21 19:55 뉴스A

이 대도시들이 수십년 뒤 없어진다면 믿기십니까.

인구가 계속 줄고, 도심이 폐허가 되는 이른바 '도심 소멸'이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주현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도심에 깔리는 어둠. 그런데 불켜진 집은 손에 꼽힙니다.

빈 집 옆에 또 빈 집. 도시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문은 뻘건 녹 투성이고, 곰팡이가 가득 핀 벽지엔 성한 곳이 거의 없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아파트엔 주민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어업과 조선업이 쇠락하면서 한두 가구 씩 떠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전체 250호 가운데 열세집에만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조모 씨 (60세)/ 아파트 주민]
"(사람이) 이 정도로 없게된 게 한 3,4년 정도 밖에 안됐을 거에요. 젊은 부부도 이 집에 살았었고 학생들도 있었고…"

집세가 싸서 머물고는 있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하루 빨리 이곳을 뜨고 싶어 합니다.

[조모 씨 (60세)/ 아파트 주민]
"(보증금) 200만원을 주고, (월세) 10만원을 주기로 했는데...험하니까 유령 아파트라고 이야기 한다해도 이상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 지역이 사라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소멸 위험 지수'를 측정해 봤습니다.

2030 여성 수와 65세 이상 노령자 수를 비교해 그 비율이 0.5 아래로 떨어지면, 해당 지역은 30년 안에 없어질 곳으로 분류됩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상호 박사 / 한국고용정보원]
"(영도구 신선동은) 전체 인구가 1만명인데, 2-30대 여성 인구는 890명 밖에 안돼요. 0.28이라는 숫자는 농어촌 지역에서도 낙후된 지역에 나타나는 숫자거든요."

인근의 부산 동구와 서구, 중구도 소멸 지수 0.5 안팎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흔 가구가 모여살던 이 아파트엔 90대 할머니만 남아 있습니다.

[김봉선 (97) / 아파트 주민]
"무섭지, 무섭지만 어떡해. 아무것도 없는 곳에 누가 오겠어."

젊은 사람들이 잇따라 떠나자, 다른 연령층 인구도 함께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산 동구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부분 동구 아파트)가보면 거의 반은 비어있어요. 살 여건 자체가 안좋다는 거거든, 사람이 자꾸 나가는 거지.

'도심 소멸'로 골머리를 앓던 부산시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박태성 / 부산시 원도심통합지원팀장]
"2022년 7월 1일 원도심 4개구를 통합하기로 합의한바 있습니다. 개구 역량만으로는 발전이 사실 어렵고 면적, 개발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대도시는 괜찮을까?

서울 등 7개 대도시의 소멸 위험 지수를 비교해 봤습니다. 모두 소멸 단계에 들어섰거나, 진입을 눈 앞에 둔 상태였습니다.

대책은 없을까?

[최주현 기자]
"빈집들이 몰려있는 골목길입니다. 관리가 안된 상태로 붙어있다보니,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데요. 문제는 광주 도심 한 가운데에서 이렇게 소멸되는 지역을 쉽게 찾을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 5년 간 인구가 만 명 넘게 줄어든 광주 동구의 소멸 지수는 0.58. 2030 여성 인구가 65세 고령 인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비상이 걸린 해당 지자체는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맞불을 놨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문순·한승희 / 광주 동구 시민]
"공장이 있다든가 사후대책이 세워진 것을 발견할수 없거든요. (재개발이 돼도) 발전성이 낙후되어 있거든요."

광주광역시는 무려 44곳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을 계획했지만, 사업이 진행중인 곳은 10곳에 불과합니다.

[이명규 /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재개발, 재건축을 활발히 한다고 해도 원도심 자체가 가져야하는 기능이나 시스템을 제공해주지는 못합니다. 효과가 바로 눈에 띄지는 않는 정책이죠"

우리보다 먼저 도심 소멸 문제에 직면했던 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한때 빈 집이 8백만채를 넘겼었지만 재개발이나 재건축 같은 임시방편 대신 일자리 창출을 통한 인구 유입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상호 박사 / 한국고용정보원]
"취약 계층에 대한 일자리 전략과 결합되지 않고 그것이 도시 생활 환경 개선과 결합되지 않으면 토목적 접근만으로는 도시 소멸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 것입니다."

설마설마 하는 도심 소멸, 안일하게 대응하면 30년 뒤에는 부산 영도도 광주 동구도, 그리고 당신의 도시도 없어질 수 있습니다.

채널 A 뉴스 최주현입니다.

최주현 기자(choigo@donga.com)

연출 송민
글·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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