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김승련의 현장 칼럼]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날아오를까
2018-08-17 20:03 뉴스A

[리포트]
“교육을 빙자해 팔을 잡고 등을 어루만지듯이 쓰다듬었다."

1993년 서울대엔 이런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한국의 '1호 미투'로 불리는 ‘서울대 우조교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우○○ 조교 / 1994년 (음성대역)
"지금 우리사회에서 많은 직장 여성들이 당하지만, 말 못하고 있는 그 많은 여성들이,이제 좀 힘내서 싸울 수 있으면 좋겠고요."

6년 소송 끝에 "신 교수는 우 조교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습니다. 첫 성희롱 판결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 정도 가지고 무슨 500만 원이냐'는 반발이 컸을 때였습니다.

그 후로 25년. 충남지사 안희정이 비서 성폭행 혐의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안희정 / 전 충남도지사 (3월 9일)]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많은 국민 여러분께,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그는 도덕적 정치적 치명상은 입었지만 1심 법정에선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안희정 / 전 충남도지사 (지난 14일)]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여성 진술의 신빙성 부족과 현행 법의 미비로 처벌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현재 우리의 성폭행 처벌은 남녀간 합의의 유무가 아니라 위력을 썼느냐 여부로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후폭풍은 거셉니다.

이 사건의 진실은 2심, 3심을 통해 어떻게든 가려질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으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국회도 형법 297조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헤겔의 법철학 서문엔 이런 말이 나옵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땅거미가 져야만 날개를 편다."

법이란 것이 현실보다 늘 한발 늦게 만들어지고, 적용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지요. 법적 심판의 과정은 아직 남았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온전히 존중되어야 하는 사실. 그 사실만큼은 바뀔 수 없는 당위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픽 이수정 디자이너
연출 황진선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