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스포츠의 오랜 교훈인데, 오늘은 특히 뼈아프게 들립니다.
금메달을 확신하며 기쁨의 세리머니를 한 그 짧은 순간, 메달색이 바뀐 건데요.
롤러 스케이팅 남자 계주경기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박건영 기자입니다.
[기자]
출발과 동시에 가장 앞자리를 차지한 대한민국.
주자를 바꿔도 계속 선두를 지킵니다.
마지막 주자 정철원이 바짝 쫓아오는 대만 선수를 따돌리고 결승선을 향해 빠르게 내달립니다.
우승을 확신한 듯, 양팔을 번쩍 들어 올린 채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부둥켜안은 선수들은 태극기를 들고 우승을 자축했습니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너무 일렀습니다.
세리머니를 하는 찰나의 순간, 메달 색이 바뀐 겁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은 대만 선수가 결승선에서 왼쪽 다리를 쭉 뻗은 게 승리를 결정지었습니다.
이른바 '날 들이밀기'를 한 겁니다.
한국 쇼트트랙에서나 볼법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결국 0.01초 차이로, 대만 선수의 롤러 바퀴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고도 시상대에서 내내 굳은 표정이었습니다.
정철원의 실수로 본인뿐만 아니라, 동료 최인호도 병역 특례 혜택을 놓치게 됐습니다.
[정철원 / 롤러스케이트 선수]
"저의 실수가 너무 큰 거 같고요. 너무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께 죄송하다는 마음이 큰 거 같습니다."
대만 선수 황위린은 경기 후 "상대가 축하하고 있는 장면을 봤다"며 "순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 고 말했습니다.
앞선 개인전에선 최광호와 정병희가 금메달을 따면서, 계주에서도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던 상황.
성급한 판단이 뼈아픈 역전패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채널A 뉴스 박건영입니다.
영상취재 : 권재우
영상편집 : 이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