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더넓은뉴스]치매 노인이 서빙하는 유쾌한 레스토랑
2017-09-26 19:56 뉴스A

일본 도쿄에 재밌는 이름을 지닌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주문을 한 것과 차려낸 음식이 달라도 인상쓰는 손님이 전혀 없는 특별한 곳입니다.

장원재 특파원이 더넓은 뉴스에서 소개합니다.

[리포트]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한 레스토랑. 비가 내려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식당은 이미 만석입니다.

그런데 유명 맛집이라고 하기엔 종업원들의 모습이 긴장되고 서툴러 보입니다.

손님이 주문을 받는 것을 오히려 도와주고

[손님]
"여기에 쓰세요. 저는 오렌지고요."

자신감 없는 표정으로 햄버거를 들고 와서는 손님의 눈치를 살핍니다.

[손님]
"틀렸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괜찮습니다."

심지어 주문 받은 음료수가 누구꺼냐고 되묻기까지 합니다.

[종업원]
"어떤 게 좋을까요?"

종업원들이 아무리 실수해도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 건 종업원 모두가 치매 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간판부터 식기류 등 소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의 이름은 '주문과 맞지 않는 요리점'. 단 사흘만 여는 이 특별한 레스토랑에 300명이 넘는 손님들이 찾았습니다.

5년 전 치매 노인 시설을 취재하던 한 방송 PD의 아이디어로 시작됐습니다.

[오구니 시로 / '주문이 맞지 않는 요리점' 기획·방송국 PD]
"틀려도 맛있으면 되잖아요. (치매에 대해서) 주변이 좀 더 관대해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치매를 모두가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질병으로 인식하자는 취지에서 벌써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 열린 행사인데요. 손님 대부분이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습니다.

종업원들에게도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치매 환자 종업원]
"맛있게 드셔줬습니다. 재미있었어요."

[미사와 후미히코 / 치매 환자 종업원]
"사람을 좋아하고, 얘기하고 싶으니까 말하는 것만으로도 살아있구나 (느꼈어요). '음식 잘 만들어 주셨네요'(라고 했을 때
기뻤어요.)"

크라우드 펀딩도 예상액의 2배에 가까을 정도로 성공적이었습니다.

[와다 유키오 / '주문이 맞지 않는 요리점' 기획·복지 전문가]
"'조금씩이라도 좋잖아' 식으로 (치매를) 받아들이는 것이 지금 일본 사회에 중요하다는 점이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일본의 치매 환자는 500만 명 수준이지만 10년 뒤면 7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에는 치매 카페 650곳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오렌지살롱은 치매 환자들이 한달에 2번 직접 일하며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사랑방'으로 거듭났습니다.

한국도 고령화 비율 증가세는 일본보다 빠릅니다. 치매 환자와의 공존을 배울 지혜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도쿄에서 채널A 뉴스 장원재입니다.

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영상취재:사토 쓰토무(vj)
영상편집:배시열
그래픽:김승욱
[채널A 뉴스] 구독하기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