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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나도 당했다”…침묵 깨고 울리는 ‘미투(me too)’
2017-11-22 19:48 사회

요즘 미국에선 성추행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하는 여성들의 '미투, metoo' 캠페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영화배우나 정치인같은 유명 인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변종국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로즈 맥고완 / 영화배우]
"20년 동안 침묵을 지키며 수치스럽고 괴로웠습니다. 내게 일어난 일은 이 사회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고…"

할리웃의 거물 영화 제작자 와인스틴에게 성 폭행당했다고 폭로한 여배우.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폭로가 이어졌고, 잇따른 폭로는 '나도 성 범죄를 당했다'는 '미투(meetoo) 캠페인'으로 번졌습니다.

[변종국 / 기자]
"해외에선 미투 캠페인이 영화계와 스포츠계, 정계까지도 강타하고 있는데요.

유명 배우 스티븐 시걸과 원로 스타 더스틴 호프만에게 성 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까지 나왔습니다.

미국 상원 의원이 과거에 저지른 성 추행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

아예 블로그를 만들어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20대 여성 A씨.

[A씨 / 미투 블로그 운영자]
“강간, 성폭행 이런 뭔가 증거를 찾기 위해서 피해자들이 (블로그에)와서. 제가 글을 올린 걸 많이 보시더라고요.”

11살 초등학생 때 당한 악몽같은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운동부 테니스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 없었다"]

[A씨 / 미투 블로그 운영자]
"다른 누구한테 말하면 보복할 거라는 식으로. 죽을 때까지 너랑 나랑만 아는 거다.”

그런데,

[15년 만에 테니스 대회에서 내 몸에 손을 댄 코치를 봤다. 악마를 본것만 같았다.] 

[A씨 / 미투 블로그 운영자]
"그 사람을 마주쳤다는 순간 자체가 끔찍한 상황인 거예요. 만나고 나니까 충격이 너무 큰 거였죠."

[내가 신고를 하지 않아서 다른 피해자가 생겼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자.] 

아동 성범죄의 공소 시효를 없앤 일명 '도가니법'이 이런 고소를 가능케했고, 결국 가해자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대기업에 다닐 때 당한 성 희롱 때문에 아예 변호사가 된 피해자도 있습니다.

[이은의 / 변호사]
"부서장님이 사무실 오가면서 속옷이 지나가는 부위에 손바닥을 댄다든가. 목덜미를 만진다든가. 얘기하면서 바람을 훅 분다든가. 제 엉덩이를 친다든가…"

회사에 항의할 때까지,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기도 했습니다.

[이은의 / 변호사]
"다시 재취업이 될 것인가?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 들잖아요? ”안돼. 하지마세요’ 싫습니다‘ 이게 잘 안되는 거죠.“

이제는 자신의 피해를 고스란히 공개한 뒤 같은 처지의 피해자를 돕고 있습니다.

[이은의 / 변호사]
"미투가 '나도 이런 일이 있었어' 내 경험을 나누는 거잖아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면 조금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문단에는 사실상 1년 전부터 미투 캠페인이 존재해 왔습니다.

[김재련 / 변호사(문화예술인 법률지원센터)]
"유명한 선배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당하는 성적인 불편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자기 꿈을 실현할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문제제기를 못하고…"

여고생들을 성 폭행했다는 폭로가 터져나온 유명 시인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비슷한 폭로가 계속되자, 별도의 해시태그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나도 당했다' 즉 '미투'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여성이 더 많습니다.

[김모 씨 / 직장 여성]
"속에서 천불 나요. 그걸 어떻게 말해요. 그러다가 짤리면 어떻게 해요? 이제 막 회사 들어갔는데…"

피해자들은 주로 '을'의 입장인 젊은 직장 여성들.

[장미혜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장]
"조직내 권력 구조 내에서 위계가 낮은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로 표면화 시킬 경우에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거나…"

[박모 씨/ 직장여성]
"직급이 낮은 사람들이 보통 타깃이 되죠. 남자들도 거의 방관하는 분위기에요. 자기한테 불이익이 될 까봐."

성 희롱 경험자의 78%는 피해를 보고도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습니다.

드러난 미투는 빙산의 일각인 셈입니다.

[김재련 / 변호사(문화예술인 법률지원센터)]
"피해자들이 안 거죠. 침묵은 어떤 문제도 해결해주지 않는 거예요." 해외에서는 이제 '내가 가해자였다'는 자기 반성 캠페인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장미혜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장]
"나도 당했어 나도 당했어 라고 하면 가해자는 생각을 다르게 하게 된 거죠. '아 이것은 내가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반발하는 잘못을 저질렀구나'…."

그 동안 침묵 속에서 속앓이만 하던 우리나라의 '미투'도 이제 점차 메아리 같이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채널 A뉴스 변종국입니다.

변종국 기자 : bjk@donga.com
연출 : 김남준
글 구성 : 전다정·장윤경
그래픽 : 김민수·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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